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샤머니즘의 모든 것 l 맥스 카로치 지음, 서경주 옮김, 미술문화, 3만5000원 광고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샤먼은 매혹과 두려움, 숭배와 배척을 오가는 경계적 존재였다. 망자와 대화하고, 사라진 영혼을 찾아 나서며, 보이지 않는 존재와 교섭했다. 이들은 영적 수행자이자 공동체의 치유자, 안내자 구실을 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양가적 지위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 왔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맥스 카로치가 쓴 ‘샤머니즘의 모든 것’은 전 세계 ‘샤먼들(원제 Shamans)’의 우주관, 의식과 제례,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상세히 보여준다. 샤머니즘을 신앙과 미신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지팡이를 든남자(2022). 러시아 화가 막심 수하레프의 작품으로, 고대 슬라브족 종교의 주제와 모티프를 보여준다. 슬라브족 치유사이자 사제인 볼호프를 참조했는데, 이들의 지식과 지혜는 샤먼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미술문화 제공 광고강신(신내림) 의식 중에 있는 샤먼의 조각상. 샤먼은 뒤로 결박된 손을 자신의 힘으로 풀 수 있다. 미국 알래스카. 미술문화 제공 ▶전문가들은 ‘샤먼’의 언어적 기원을 퉁구스-시베리아 계통 언어에서 찾는다. ‘황홀경에 있는 사람’ 또는 영적 수행 상태와 관련된 존재를 가리키는 말로 해석된다. 샤먼의 ‘트랜스 상태’(영혼 여행, 영적 빙의)는 공동체를 대표해 병을 고치거나 무형의 힘과 공동체 사이를 중재하려는 ‘변형된 의식 상태’다. 샤머니즘은 공통된 구조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산 자와 망자뿐 아니라 동물, 하늘, 강, 바위 등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생명과 의지가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적 우주관, 현실과 비물질적 차원을 넘나드는 영혼 여행과 의식,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는 치유 기능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 축을 기반으로, 샤먼은 단순한 주술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협상가로서 인간과 자연, 생과 사, 물질과 비물질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맞춘다. 문화권마다 샤먼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매우 유사하다.광고광고멕시코 서부 산악지대 원주민 위촐족의 신화에서 창조와 성장의 여신인 ‘타쿠시 나카웨’의 신체 절단을 묘사한 그림. 신체 절단이 재생의 행위라는 샤머니즘 개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호세 베니테스 산체스, 1973년작. 미술문화 제공 샤먼의 제례 복장, 가면, 북과 지팡이, 조각과 회화 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영혼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응축된 상징 체계다. 색과 형태, 재료 하나까지도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의식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한국의 무속 역시 이런 샤머니즘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굿판, 점, 신내림과 같은 의례는 우리의 일상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개인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또는 공동체의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무속은 하나의 해석 체계이자 실천 방식으로 기능해 왔다. 이는 세계 여러 지역의 샤머니즘과도 일맥상통하는 보편적인 특징이다.에콰도르 원주민 아추아르족의 샤먼(오른쪽)이 선출된 대리인을 정화하는 모습. 일부 샤먼들은 두개골 뼈가 봉합된 지점에 보호의 힘을 불어넣어 달갑지 않은 무형의 존재들을 몰아낸다. 2023. 미술문화 제공 광고한국 무당이 경기 성남 남한산성에서 공적 의례를 집행하는 모습. 호르헤 마녜스 루비오, 2017. 미술문화 제공 샤먼의 무속 행위는 마법·신앙·치유와 이어지는 연속선상에 있지만, 그렇다고 종교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지은이는 분명히 했다. 샤먼은 대부분 교리, 의례, 성직자 계급 체계와 같은 조직화된 구조의 바깥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 한국, 몽골 등에서 샤먼이 때로 종교적 체제와 병존하거나 심지어 그 안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샤먼이 국가의 제도권 종교 체제 안에 통합되면, 그들의 역할은 점술, 기후 예측, 운세 풀이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한다. 지은이는 샤머니즘이 수많은 억압과 금지를 겪었지만 지금도 세계 전역에서 계속 변형되고 재해석되는 살아 있는 전통이라고 짚었다. 최근에는 문화적 전통의 보존 차원을 넘어, 자연과의 연결, 공동체적 치유, 영적 탐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샤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시각 자료집’이란 부제에 걸맞게 450점의 다양한 사진·그림·도판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