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전경. 한화시스템 제공광고2020년 12월24일, 한화시스템 주가가 장중 13% 넘게 급등했다. 전날 신사업 투자와 함께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영향이었다. 당시 회사가 공시한 자사주 매입 목적은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회사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은 물론이다.6년 만인 올해 회사가 내린 결론은 시장의 기대와 달랐다. 한화시스템은 자사주를 모두 임직원 보상 용도로 전환하기로 했다. 임직원에게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내년부터 실제 지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자사주가 임직원에게 넘어가면 다시 시장에 풀리는 만큼 약속했던 주가 부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이렇듯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샀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임직원에게 나눠주기로 한 기업이 국내 주요 상장사 10곳 가운데 2곳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 계획을 사후에 일부 번복한 셈이다.광고3일 한겨레가 각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상장사 100곳 가운데 22곳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샀던 자사주의 용도를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운영 목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상반기 말 자사주를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0곳의 자사주 용도 변경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공시 제도를 강화하면서 처음 확인된 내역이다.자사주 용도를 이렇게 바꾼 명단에는 주요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기아는 2023년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매입한 약 176만주(발행주식 대비 0.45%)를 모두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제도 실시 목적으로 전환했다. 두산도 갖고 있는 자사주 가운데 일부인 약 67만주(3.20%)의 목적을 투자자 신뢰 확보와 주주가치에서 임직원 보상으로 바꿨다.광고광고이들 회사는 개정 상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했다.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되,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운영 등 예외적인 목적에 한해서는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소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다.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가 이번에 무더기로 출현한 원인이다.자사주 용도를 사실상 ‘미정’으로 열어둔 회사까지 더하면 자사주가 당초 목적대로 쓰이는 경우는 더욱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령 삼성생명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산 자사주 1750만주의 용도에 본업 경쟁력 강화, 신사업 발굴 등 항목을 추가했다. 마찬가지로 자사주 소각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다.광고이들 회사는 대부분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주가 부양 효과를 달성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전환했다는 입장이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주가 안정 효과를 이미 달성했다고 본다”며 “주주가치 제고가 반드시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기업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샀다고 해서 모두 소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소각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가 사실상 임직원 보상뿐이라 용도를 그렇게 바꿨다”고 했다.문제는 이같은 모습이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삼아 주주가치를 보호한다는 개정 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개정 상법은 ‘자사주 미소각’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계기로 마련됐다. 자사주는 매입한 뒤 소각해야 발행된 주식 수가 줄면서 주가 부양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공시 제도를 강화하면서 자사주 용도를 회사가 어떻게 바꾸는지 투자자가 잘 감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관행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