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농협중앙회·교직원공제회·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등의 일방적 지방이전 시도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 발표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부딪치는 요즘이다. “지방 가느니 퇴사”. 최근 며칠 동안 이 문구를 변주해 제목으로 내세운 기사를 꽤 많이 보았다. 물론 해당 기관 직원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기저에는 생활 인프라와 문화 시설이 부족한 ‘시골’로 ‘유배’ 가느니 퇴사하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런 거센 반발 때문인지 정부는 애초 9월께 확정하려던 것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10월 이후 발표로 연기했다.공공기관 이전의 목적은 수도권 과밀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이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명분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실효성이나 효율성을 따지며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지역 이전으로 인해 자녀 양육과 교육, 배우자 직장 등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직원 당사자의 불만도 있다. 한계에 이른 수도권 집중을 멈추고 가속하는 지역 소멸을 늦출 중요한 분기점이니 진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광고지역 내에서도 입장 차이가 있다. 이주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각종 전략 산업과 연계한 유치전이 활발하다. 전담 조직 신설, 정치권 공조 강화, 이주 정착금이나 주택 자금 대출과 같은 지원금 제공 등 경쟁이 뜨겁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한 이래 정부가 통합 인센티브를 공언한 만큼 해당 지역이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강원도가 홀대받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한편, 강원도 내에서도 시군별로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터라 기존 혁신도시 위주의 이전이 예측되면서 혁신도시가 있는 원주와 새롭게 기관 유치를 희망하는 춘천, 강릉의 입장이 갈린다. 그나마 유치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이들 강원도 3대 도시의 일이다. 양양을 비롯해 작은 지자체들은 그저 남의 집 잔치 혹은 싸움 구경이다.광고광고지역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살다가 다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양양이 아니어도, 강원도가 아니어도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에 찬성한다. 물론 지역 이전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도 이해한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의 기대 효과 중 하나인 지역 활성화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여기거나 지역이 수도권의 바짓가랑이 잡는 것처럼 보는 시선은 이해하기 어렵다.온라인 커뮤니티나 에스엔에스(SNS)에서도 갑론을박을 넘어 감정싸움을 하는 글을 많이 접했다. 지역은 정주 환경이 불편하니 갈 수 없다고 말하면서 “○○도 없고 ××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사냐”라며 비하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심지어 서울에 열등감이 있는 지역민이 ‘서울 사람도 (지역에 와서) 같이 망하자’라는 몹쓸 심보라는 글을 보았을 때는 꽤 충격이 컸다. 그들은 지역을 살기 불편한 곳을 넘어 일종의 혐오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광고여름은 동해안 지역의 성수기다. 한적하던 동네가 여름이면 사람들로 들썩인다. 살고 있는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으로 ‘놀러 오는’ 이들은 지역이 깨끗한 자연, 아름다운 풍경, 방문객을 환대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수도권 중심의 개발 과정에서 인프라나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국토 불균형과 지역 소멸 위험이 가속되었으니 이제라도 너희가 가진 것을 나눠 함께 살 방법을 찾자고 주장하는 지역은 달갑지 않거나 뻔뻔하다고 여긴다.놀러는 가도 살러 갈 수는 없는 지역. 그래서 공공기관 이전도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망국적 수도권 집중을 이대로 내버려둬서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없어지면 놀러 갈 수도 없게 된다. 무엇보다 지역이 존재하지 않으면 서울도 결코 지금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