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9·19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를 불태우는 석탄발전 등과 기후정의를 지키는 가치들이 줄다리기를 하다가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이 쓰러지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광고윤지로 | 클리프(Climate in Fact) 대표 고등학교 물리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속력과 속도의 차이를 처음 알게 된 때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만 보면 속력, 빠르기에 더해 방향까지 함께 따지면 속도라는 걸 배웠을 때 ‘충격’까진 아니어도 ‘오!’ 하는 놀라움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내가 10초 동안 앞으로 걸어갔다 10초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내 속도는 0이라는 것 아닌가!방향이라면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지리적 개념인 줄로만 알았지, 내가 알고 있던 물리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니, 신선한 깨달음이었다. 이런 표현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는 사실 틀린 말이다. 속력계라고 해야 정확하다.”광고갈수록 세상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운 느낌이다. 인공지능(AI) 때문인지, 성과를 강조하는 정부 때문인지, 내 나이 때문인지, 셋 다 원인인지는 몰라도, 나만 빼고 세상이 축지법이라도 익힌 모양이다. 석달이 삼년처럼 변한다.이번 정부 초창기에 기후·에너지 정책은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대통령은 ‘무려’ 취임사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며 에너지 수입 대체, 알이100(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대비,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빠르기에 더해 방향까지 제시한 속도전의 천명이다.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 3000곳 이상 조성,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목표까지 발표되자 평소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던 쪽에서도 ‘과연 될까’ 하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이 나왔다.광고광고그런데 요즘엔 많이 헷갈린다. 지금 정부가 강조하는 신속함이 속도인지, 속력인지. 사실상 ‘테라프로젝트’라고 불러야 마땅한 3대 메가프로젝트가 등장한 뒤부터다. 반도체 공장과 에이아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여기에 전기와 물을 대려면 발전소를 짓고 댐도 늘려야 한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답게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토목 공사가 뒤따를 텐데 나오는 얘기는 환경영향평가 단축이다. 같은 지역의 환경평가는 기존 결과를 원용하고 새로 평가를 진행하더라도 기간을 대폭 줄이라는 주문에 이어 아예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전 추가건설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인허가 단축 운운하니 안전, 수용성 같은 문제는 어떡하고 뭘 위해 이렇게 서두르나 싶다.심지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입에서 “액화천연가스 발전이 늘어날 수 있어 여기서 나올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지 논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 한도 안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따져보는 게 아니라 급한 대로 가스 발전소를 짓고 배출량을 줄여보자는 얘기다. 이런 건 원래 에너지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오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했던 말 아닌가.광고3대 프로젝트 안에서도 특히 에이아이 데이터센터는 외국 기업을 위해 한국의 전력과 물, 국토를 내어주는 사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가 얼마나 귀담아들을지 모르겠다. 지난 20일 공개된 전력수요 전망에 따르면 2040년 데이터센터는 연간 84.9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먹어치우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연간 총 전력 사용량의 15%나 되는 양이다. 그중 약 70%가 이번에 발표된 메가프로젝트로 발생한 수요다. 기업이 요청한 수요(총 20.8GW) 중 1차로 10.8GW만 반영했는데도 이 정도다.이렇게 빨리 달려 도착하려는 곳은 어디인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에너지 전환도, 정의로운 전환도, 기후 대응도 갈길 바쁜 국정운영의 발목 잡는 얘기처럼 들릴까 봐 주춤하게 되는 요즘, 한번쯤 묻고 싶다. 속도계가 아니라 속력계만 보고 달리는 것은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