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속도비평 l 이영준 지음, 문학동네, 2만원 광고“빠름 빠름 빠름~” 10여 년 전 국내 한 이동통신사가 엘티이(LTE)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빠담 빠담 빠담’ 멜로디를 패러디한 시리즈 광고로 인기를 끌었다. 근대 이후 인류는 빛(전자기파)의 속도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방송·통신이 대표적이다. 이동의 속도도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심우주 로켓이 음속의 30배로 날고 케이티엑스(KTX)는 시속 320㎞로 질주하지만, 빠름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물리적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온라인 쇼핑은 새벽 배송이 대세, 짜장면 주문은 “빨리 갖다 주세요”가 ‘국룰’이다. 문자 메시지의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초조해진다. 일찍이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를 살면서도 빠름을 좇고, 그런데도 늘 쫓기는 그 느낌, 뭘까? 기술과 사물의 세계를 독창적으로 탐구해온 미학자이자 기계비평가가 이번에는 현대문명의 강력한 동력인 ‘속도’를 기술인문학의 관점으로 살펴봤다. 신간 ‘속도비평’은 속도가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과 그 작동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그 의미를 성찰한 책이다. 자동차·열차·항공기·로켓 등 '속도 기계'를 비롯해 몸속 혈류, 강과 바다의 흐름, 도로망과 물류 시스템, 배달 앱과 플랫폼까지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분석한다.광고전투기가 음속(초속 340미터)을 돌파할 때 매질(공기)의 밀도 변화로 일어나는 충격파인 소닉 붐. “사회라는 공기 속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거나 무리하게 움직여도 충격파가 발생한다”고 ‘속도비평’의 지은이는 말한다. 무료 이미지 도메인 갈무리 지은이는 속도를 단순히 한 사물의 물리적 현상(움직임의 빠르기)이 아니라 그것과 얽혀 있는 사회적 조건의 집합이자 시스템으로 파악한다. 이름하여 ‘속도의 체인’이다. 예컨대, 항공여행 시간은 비행기의 속도뿐 아니라 공항까지 이동, 탑승 수속, 기체 점검 등 온갖 요소의 총합이다. 배달 라이더의 속도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플랫폼 시스템과 수요량이 결정한다. 한국사회가 경험한 압축 성장과 밀어붙이기식 개발주의도 ‘빨리빨리’ 문화가 몸속까지 스며드는 데 한몫했다. 쾌속 시대에 ‘속도 제한’과 ‘잠시 멈춤’이 중요해진 건 역설적이다. 과속방지턱, 교통 정온화 정책은 빠름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속도를 억제해야 하는 현대문명의 모순을 드러낸다. 지은이는 유체역학을 예로 들어 ‘성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유체(공기) 속을 나는 비행체의 뒤쪽에 공기가 흐트러져 와류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가 사회 속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며 헤쳐나가는 동안 뒤쪽에선 와류가 생긴다.” 갑질·비리·차별 등 온갖 잘못과 문제가 그것이다. 삶의 와류가 뒤쪽에서 자신을 파괴하지는 않는지 뒤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