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5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로 가는 기후 자전거 행진 기자회견’에서 기후헌법소원 소송의 주체인 청소년과 시민들이 깃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윤지로 | 클리프(Climate in Fact) 대표 #1. 목표란 무엇인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또 미뤄졌다.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게 2024년 8월이요, 법을 옳게 개정하라고 국회에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지난해 4월이다. 그런데 기후특위는 무슨 특별한 사정 때문인지 내내 손 놓고 있다가 법 개정 시한을 코앞에 둔 지난 2월 난데없이 국민 의견을 묻겠다며 공론화위원회를 꾸리더니 그러고도 5월29일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공론화위원회 국민숙의단이 내린 결론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다르지 않았다. ‘미래 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면 안 된다’는 것.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숙의단은 조기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광고하지만, 기후특위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숙의 결과가 특위에 보고된 당일, 한 의원은 “시간을 가지고 길게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테스트고요”라며 국민 300여명의 판단을 무위로 돌렸다.기후특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하다, 아니다’ 논쟁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다 5월7일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가 29일로 활동을 종료했다. 이들에게 목표란 어떤 의미였을까.광고광고#2. “유엔 최상위 기후위원회가 자신들의 기존 예측(RCP8.5)이 틀렸고, 틀렸고, 틀렸음(WRONG! WRONG! WRONG!)을 자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17일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엉터리 기후과학을 실토한 유엔을 향해 축배를 드는 것처럼 영어 대문자로 ‘틀렸다’를 세번 반복했다.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어도, 목적어도, 서술어도 모두 틀린 문장이지만, 트럼프의 게시물에 생각보다 많은 언론(그중엔 일부 국내 언론도 있다)이 부스스 일어나 그의 논리를 복창하듯 재생산했다.광고트럼프의 저 문장을 바로잡으면 이렇다.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과학자들의 네트워크 안에는 기후모델을 상호비교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여기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몇년 전부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현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고 논의 끝에 최근 이를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핵심은 ‘최악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상황 판단이다.이 시나리오가 등장한 2010년대 초만 해도 태양광 발전단가는 화석연료의 400%가 넘었고, 석탄 소비는 10년 새 57%나 늘어나는 중이었다. 재생에너지는 너무 비싸고, 세상은 석탄에 목말랐다. 그런 분위기 속에 금세기 말 이산화탄소 농도가 3배로 치솟는 암담한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온도 상승폭을 2도, 가급적이면 1.5도 이내로 막자는 목표가 국제사회에 등장했다. 그에 따라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이 명확해졌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태양광 단가는 화석연료의 반값으로 내려왔다. 석탄 증가율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암담한 시나리오를 걷어낸 건 그것이 처음부터 황당한 가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최악의 경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고, 기업 기후 리스크를 공시하고,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제도와 시장이 움직였으며, 그 구동력을 만들어낸 건 1.5도라는 ‘황당한 목표’였다.목표란 그런 것이다. 거대한 관성을 돌리기 위한 방향 선언이자, 그 길 위로 자원과 기술과 사회적 관심이 모이도록 하는 것. 부디 후반기 국회의 탄소중립기본법 논의는 ‘가능한 목표인가’를 되묻는 자리가 아니라 ‘어떻게 달성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