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역사관에서 열린 ‘소래에 오래’ 마지막 수업에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이 공동 레시피북에 들어갈 글과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송상호 기자 광고“그냥 즐거웠어요. 뭔가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요.” 지난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역사관 2층 교육실.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20년째 젓갈을 팔아온 고성희(50)씨는 수업 소감을 밝히다 이내 눈물을 보였다. 최근 찾아온 갱년기로 모든 일이 즐겁지 않았던 고씨는 처음에는 주변 상인에게 떠밀리듯 수업에 왔다고 했다. 그림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어느새 숙제를 붙들고 밤 1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았다. 마지막 숙제는 새벽 1시30분까지 이어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책상 앞에 앉는 거죠.” 그 시간만큼은 장사가 아닌 자신에게 집중했다. 1년 쉬었던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한 고씨는 하루 세줄씩 일기도 써볼 생각이다.광고지난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역사관에서 열린 ‘소래에 오래’ 마지막 수업에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이 수업을 들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남동문화재단 제공 이날은 남동문화재단이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운영한 ‘소래에 오래’의 마지막 수업(사진)이자 수료식이었다. 상인들의 음식과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공동 레시피북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교육실 책상에는 손글씨와 그림이 빼곡했다. 가자미 구이 조리법 옆에는 참조기를 팔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참조기 조림 이야기가 놓였다. 지난달 15일 시작한 수업은 다섯차례 이어졌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30분, 상인들은 장사할 시간을 쪼개 맞은편 역사관으로 건너갔다. 붉은 고무장화를 신은 채 원고를 들여다보다가 수업이 끝나면 서둘러 가게로 돌아갔다. 매출로 직결되는 두시간을 비우는 일은 가볍지 않았다. 첫날에는 음식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색연필을 잡았다. 한 상인은 “두평 남짓한 가게에서 바쁘게 살다 거의 40년 만에 색연필을 잡아봤다”며 “나를 위해 색을 칠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장사와 가족 돌봄에 매여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다.광고광고 수업이 없는 날에도 짧은 글과 그림으로 하루를 남기는 ‘네모일기’를 썼다. 음식에 얽힌 장면을 글로 풀고 손글씨 조리법과 그림, 상점 이야기도 보탰다. 찐 단호박과 깨끗이 빤 운동화처럼 기억에 남는 소재들을 떠올렸고, 무심히 지나친 하루도 종이에 옮기자 이야기가 됐다. 횟집을 운영하는 20년 경력의 이민자(61)씨도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남편과 자녀들 역시 민자씨가 사장님이 아닌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특히 반겼다고 한다.광고지난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역사관에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이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동문화재단 제공 마지막 수업에 앞서 상인들은 협궤열차와 옛 어시장을 담은 소래역사관 전시장을 둘러봤다. 역사관과 어시장은 길 하나만 건너면 닿지만 20년간 시장에서 일하고도 이날 처음 역사관에 들어온 상인도 있었다. 소래의 옛 삶을 전시한 공간에 정작 그 삶을 이어가는 상인들의 발길은 닿지 않았던 셈이다. 남동문화재단은 이런 간극을 극복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상인들이 소래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할 주체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어린이나 어르신 등 지역 주민이 아닌, 인근 상인을 문화예술교육 대상으로 삼은 시도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모집을 위해 50곳 넘는 점포를 찾아다녔지만 “내가 그런 걸 왜 들어”, “그 시간에 갈치 한마리 더 파는 게 낫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를 거듭하자 시장에도 입소문이 나면서 상인들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지난 19일 오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사장 이민자씨가 자신의 횟집으로 돌아와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씨는 오전에 ‘소래에 오래’ 수업을 듣고 난 뒤, 장사를 하러 업장으로 곧바로 돌아왔다. 송상호 기자 지난해 수업이 상인들의 생애 전반을 글과 그림으로 꺼냈다면, 올해는 음식으로 기억을 좁혀 들어갔다. 부모의 식성과 어린 시절 밥상, 가족에게 해주던 음식과 가게 식재료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실마리가 됐다.광고 올해 모집한 20명 가운데 14명이 수료했고, 네명은 수업에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개근했다. 수료자들은 ‘예술상인’ 인증서와 ‘소래포구 예술상점’ 현판을 받아들었다. 이들이 완성한 원고는 공동 레시피북으로 묶여 오는 10월 세상에 나온다.지난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역사관에서 문화예술교육 ‘소래에 오래’ 수료식을 마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이 ‘소래포구 예술상점’ 현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동문화재단 제공 송상호 기자 ssho@hani.co.kr
소래포구 상인들 “40년 만에 색연필 잡고 나를 위해 그림 그렸죠”
“그냥 즐거웠어요. 뭔가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요.” 지난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역사관 2층 교육실.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20년째 젓갈을 팔아온 고성희(50)씨는 수업 소감을 밝히다 이내 눈물을 보였다. 최근 찾아온 갱년기로 모든 일이 즐겁지 않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