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8월 퇴임하는 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학생들과 점점 공유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줄어들고 있으니 지금이 물러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광고“학생들은 ‘20대인 우리한테 무슨 권력이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그런 자신이 어떤 기득권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도 선생이 해야 할 일이죠. 그때 써야 할 방법론도 결국 페미니즘이에요. 권력의 해체는 페미니즘의 학문적 요체니까요.”청년들의 ‘공정’ 잣대가 왜 약자를 가리키는지 질문하는 책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공정 감각’(2023)의 저자, 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오는 27일 마지막 특강을 끝으로 은퇴한다. 나임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교육방법론)를 전공하고 돌아와 2002년 3월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교수로 임용되었고 지금까지 강단에 섰다. 문화학협동과정은 2016년 문화인류학과로 변경됐다. 재직 동안 그는 대학 내 성폭력 가해자 연구, 사회적 모성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 신자유주의적 주체로서 한국 대학생이 내면화한 독특한 시대감각, 교육의 시장성 비판 등의 연구로 논문을 발표해 왔다.나임윤경 교수가 저서 ‘여자의 탄생’과 ‘공정 감각’을 무릎에 올려두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대한민국의 딸들이 어떻게 ‘여자’로 만들어지는지 설명한 단독 저서 ‘여자의 탄생’(2005)은 10쇄, 9000부 가까이 찍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2000년대 초 한국 ‘영 페미니스트’의 든든한 울타리였다. 힘껏,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 그가 정년을 몇년 앞두고 대학교수라는 ‘권력’을 조금 일찍 내려놓겠다고 했다. 졸업생과 재학생들 사이에선 학문적·심리적·경제적으로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미담’과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쏟아졌다. 지난달 2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나임 교수는 담담하게 말했다.광고“지금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가야 젊은 교수가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세월호’ 당시 지금 학생들은 10살이었어요. 페미니즘은 삶에 대한 학문인데, 내가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줄어들고 있으니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결코 가볍지 않은 건강 문제가 있기도 했다.광고광고“이 몸은 없어질 수 있지만, 저는 누군가의 머릿속에 남아 기억될 거잖아요. ‘지금’을 더 잘 사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아픈 와중에도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필요한 목소리라고 판단되면 그는 주저 없이 언론에 글을 기고하거나 수업을 열었다. 2007년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당시 사장 이철) 케이티엑스 승무원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자 경향신문에 철도공사를 비판하는 칼럼을 두번 썼다. 코레일 쪽에서는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고,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아 사건은 종결됐다.광고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동안 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고, 치료를 받았으며 소속에도 변화가 있었다. 문화학 협동과정이 문화인류학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그는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하듯, 협동과정은 ‘주변부’에서 학제 간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 뒤 2018년부터는 제8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 원장으로 일했다. ‘학교 밖’에서 그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고위공무원이든, 어느 기관 직원이든 어쩌면 이리도 기존의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질서에서 바뀐 게 하나도 없을까, 나는 이제껏 뭘 한 건가,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페미니즘 백래시를 경험하고는 굉장히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페미니즘의 사유 방식이 어떤 것인지 잘 전달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계몽이 아니라 자기 성찰적인 학문으로서 페미니즘을 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죠.”일상의 권력 작용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다시금 고초를 겪었다. 양평원 원장으로 일할 때 그가 원고를 쓰고 목소리 출연한 성인지 교육 동영상에, 남성을 싸잡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는 비난이 빗발쳤던 것이다. (인터넷 한겨레 2021년 4월15일치, “누군가의 안전과 누군가의 언짢음, 뭐가 더 중요한가”)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퇴직을 앞둔 소회와 여성학을 가르치게 된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잠재적 가해자라는 건, 기득권을 가졌다는 거죠. 여성 또한 당연히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득권적이고 큰 권력을 갖고 있는지, 내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사유를 해야 하는가 질문하고자 한 것이었죠.”광고다시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2023년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 나타난 반지성주의와 혐오 표현에 관한 강의를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함께 쓴 책이 ‘공정 감각’이다. 2022년 연세대 재학생이 청소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에브리타임에서 논쟁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썰린’(삭제된)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나임 교수는 강의 계획서에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겠다”고 적었다. 계획서가 바깥으로 유출되면서 누리꾼은 “정면 배틀”이라며 떠들썩하게 반응했고 언론도 앞다퉈 기사를 썼다. 왜 뜨거운 현안에 ‘개입’을 마다치 않는지 물었다.“우리 과에서는 좋은 실천적 전통이 있었어요. 조한혜정, 김현미 교수님은 학문과 삶을 분리하지 않았고 저도 이런 굉장히 좋은 계보 안에서 세례를 받았죠. 그리고 제가 전공한 교육학을 기본으로 ‘좋은 어른’이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어요.”나임윤경 교수가 저서 ‘여자의 탄생’과 ‘공정 감각’을 들고 웃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그에게는 잊지 못할 얼굴들이 있다. 페미니즘을 전공하게 된 건, 서른에 당시로선 늦은 유학을 떠나면서였다.“20대 후반의 나이에 압구정동 영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 또래의 중상층 전업주부 여성들이 남편에게 영어 학원이 아니라 요리 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남편의 돈이 배우자의 자기 계발에 쓰인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다른 여성들이 ‘현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거기서 해방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임 교수는 페미니즘을 선택했다. 서둘러 돌아오고 싶어 공부에 몰두해 5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모교인 연세대 강단에서 24년을 보낸 뒤, ‘마지막 강의’를 앞둔 나임 교수는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했다.“페미니즘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성별, 계층, 국적, 문화, 정체성 등을 불문한 공존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평등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만이 지속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부하는 사람은 자기 전공이 신앙이 됩니다. 나의 페미니즘은 나를 이동시켜 줬어요. 과도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양한 존재들과 공존하며, 내가 속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싶습니다.”공정감각 l 나임윤경 지음, 문예출판사(2023)여자의 탄생 l 나임윤경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05)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페미니즘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공존” [.txt]
“학생들은 ‘20대인 우리한테 무슨 권력이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그런 자신이 어떤 기득권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도 선생이 해야 할 일이죠. 그때 써야 할 방법론도 결국 페미니즘이에요. 권력의 해체는 페미니즘의 학문적 요체니까요.” 청년들의 ‘공정’ 잣대가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