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4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광고안선희 | 논설위원실장흔히, 현재 청년세대 또는 2030 세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능력주의’(meritocracy) 중시가 꼽힌다. 능력주의는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부와 명예 같은 사회적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이념이다. 사실, 능력주의는 2030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우리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 체계이자, 더 넓게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이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하지만 2026년 한국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상속주의’(inheritocracy)의 힘이 강고해지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상속주의 사회는 영국 학자 일라이자 필비의 정의를 따르면 삶의 기회가 ‘엄마아빠은행’(the bank of mum and dad, 자녀에게 유무형의 경제적 혜택을 지원하는 부모의 안전망)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 가족의 부가 성공의 촉매제가 되는 사회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기성세대인들 부모 경제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웠을까. 문제는 그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광고교육 기회의 평등은 능력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 기제이지만, 이미 고장 난 지 오래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의 잠재력이 아닌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라고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직업을 결정하고, 직업은 평생에 걸친 소득 수준의 토대가 된다.엄마아빠은행이 위력을 발휘하는 두번째 단계는 자산 형성 국면이다. 지난 30여년간 몇 차례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계단식 급등을 한 결과, 이제 서울·수도권에 집을 사는 것은 저축과 대출에 부모의 지원이 합쳐져야 가능한 꿈이 되었다. 올해 1분기 주택 구입 자금조달 계획서를 보면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증여, 상속, 그 밖의 차입(가족 간 차입 등) 자금은 2조633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3.9%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주식도 자산 축적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요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대학생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등록금에 생활비, 월세 등을 벌기 위해 공부할 시간을 쪼개 알바를 해야 하는 대학생이 있는가 하면, 이 일체를 부모에게서 지원받고 자신의 알바비는 주식투자에 쓰거나 주식투자금까지 부모에게서 제공받는 대학생이 있다. 자산 형성은 생애주기에서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나머지 인생의 시간 동안 눈덩이를 계속 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조기 증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광고광고상속주의의 완결은 말 그대로 ‘상속’에서 이뤄진다. 지금 2030이 50~60살 즈음이 되면,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가 숨진 뒤 어느 정도의 자산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그들 내부의 격차는 다시 한번 벌어질 것이다.대략 2010년께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간헐적으로 ‘청년세대’ 담론이 폭발하곤 했는데, 최근 ‘청년’이 또다시 공론장 전면에 등장했다. 한 가지 계기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2030은 이를 향해 격렬한 분노를 표출했고, 대통령은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고 이들을 수긍했다. 또 다른 계기는 반도체 초호황과 코스피 급등에 취해 있던 한국 사회가 삼성전자 성과급 파업 사태와 지방선거에서의 여당의 (사실상의) 패배를 기점으로 급속히 그 이면, 즉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케이(K)자형 경제의 하단에 위치한 여러 집단 중 대표 격으로 청년이 지목되고 있다.광고2030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쏟아지자, 정부·여당의 발길도 부산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고 “청년세대는 가장 큰 소외자들”이라고도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세수로 청년층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고, 여당 일각에서는 청년을 전담하는 부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한다.지난 10여년간 역대 정부가 이런저런 청년정책들을 내놓았고 사회경제적 여건도 변화했지만, 청년세대 내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상속주의의 강화다. 정부 정책 역시 엄마아빠은행의 잔고에 따라 달라지는 청년들의 출발선을 어떻게 최대한 좁힐 것인가에 집중돼야 한다. 인공지능 파도에 맞설 수 있는 고용대책은 기본이고, 금융과 부동산 두 축에 걸친 자산 형성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 대학 등록금 무상화와 대학생 주거비 지원도 검토 대상에 올려야 한다. 당장 하락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공동체 통합을 위협하는 균열의 확대를 막고 다수 청년들의 불안과 고통을 줄이겠다는 시대적 사명감이 정책 설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shan@hani.co.kr
‘능력주의’ 꿈꿨지만, ‘상속주의’ 늪에 빠진 청년들 [안선희 칼럼]
안선희 | 논설위원실장 흔히, 현재 청년세대 또는 2030 세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능력주의’(meritocracy) 중시가 꼽힌다. 능력주의는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부와 명예 같은 사회적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이념이다. 사실, 능력주의는 2030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