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많은 것 잃고도 기꺼이 새 아침 맞이하는 85살 이상 노인들 이야기 서점에서 읽다가 늘 꿈꾸던 공간이 ‘바로 여기’임을 깨닫다모유진 작가에게 서점은 피난처이자 ‘삶의 창작실’이다. 서점에서 자신이 책을 읽는 모습을 직접 그렸다. 모유진 제공 광고광고 나를 키우는 중입니다광고광고자립준비청년이면서 글로리피(Glorifi) 싱어송라이터인 모유진씨가 독서를 통해 삶의 밑바닥에서 나와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씁니다. ‘모두 무언가를 잃은 후였다.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몸, 또렷한 눈, 밝은 귀, 배우자, 자녀, 친구, 기억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의 저자 존 릴런드는 85살 이상 노인 6명을 밀착 취재하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건넨다. “아흔한살이라고. 난 내 나이가 두렵지 않아. 오히려 좀 자랑스럽기도 해.” 책 속 노인들은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할 수 없는 일도 늘어갔지만, 과거의 상실에 연연하는 대신 다가온 새 아침을 기꺼이 맞이했다.광고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노인들의 이야기를 읽는데, 역설적으로 마음은 아직 아무것도 갖지 못했던 나의 십대로 돌아갔다. 나는 스무살이 되는 게 극도로 두려웠다. 또래 친구들은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길 바라며 꿈에 부풀었다. 반면 나에게 스무살은 더 이상 미성년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고, 부족함을 용납받을 수 없는 서늘한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부모처럼 나를 기다려주지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모라는 울타리 없이 자라면서, 남들이 자연스럽게 배웠을 많은 것들이 내게는 비어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l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북모먼트(2026) 당시 나는 자주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는 월세를 내기 위해 통장을 관리하는 법도,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법도, 혼자 아플 때를 대비하는 법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마음에 고이는 설움을 닦아내는 법, 그리고 이 막막한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 대신 자주 서점으로 향했다. 묻는 만큼 답을 내어주던, 나의 또 다른 배움터로. 그로부터 십여년이 흘렀다. 서른이 된 나는 여전히 서점에 앉아 책 속에서 살아갈 문장들을 건져내고 있었다. 요 며칠 동안 미래의 무게에 짓눌리는 날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주어진 과업들을 부랴부랴 해치우면서도, 내 마음은 보이지 않는 미래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아흔한살의 프레드는 지금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미래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젊은 시절에는 행복이란 찾아가 붙잡아야 하는 것이라 여겼고, 그 믿음 때문에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대부분은 이미 가진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광고 그 말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내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가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품어주던 공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르륵 소리가 나고 종이 냄새가 가득한 곳. 내가 늘 누리고 싶어 했던 시간이 바로 지금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권의 책을 펼친 채 조용히 자신의 세계에 머물고 있었다. 십대의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고, 서른의 나는 다시 같은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 서점은 막막한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온 피난처였지만, 오늘 이곳은 내 삶을 스스로 키워내는 창작실이 되어주었다. 어느새 나는 이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넘어, 내 삶을 문장으로 적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래전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어른의 시간이, 생각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제법 다정한 모습으로 내 곁에 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도착할 역만 확인하느라 창밖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는 것을. 하나의 과업을 끝내면 곧바로 다음 할 일을 찾아 나섰고, 여기까지만 가면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다음만 바라보다가는 내 곁을 지나고 있는 풍경을 한번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을 물들였다. 스탠퍼드 장수연구센터의 설립자인 심리학자 로라 L. 카스텐슨 교수는 이를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노인들은 당장 즐거움을 주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은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쌓는 일을 선호한다. 젊은이들이 아직 가지지 못한 것들 가운데 훗날 필요한 것이 있을지 몰라 초조해하는 동안,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미 가진 것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몇가지만 골라낸다. 청년 세대가 지금 가진 것보다 앞으로 갖춰야 할 것을 더 자주 확인하며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채우려다 보면 경력, 자격, 돈, 집, 관계, 건강까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항목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나를 갖추면 잠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기준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다음’만 준비하다 보면, 현재는 삶을 누리는 무대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대기실로 전락하고 만다. 프레드가 젊었을 때 그랬듯, 나 역시 늘 어딘가에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지금의 고단함은 정식 개장 전의 ‘베타 서비스’일 뿐이며, 진짜 내 삶은 준비가 완벽히 끝난 어느 멋진 미래에나 오픈할 것이라 믿었던 오류. 취업하면, 돈을 모으면, 내 집이 생기면 비로소 삶을 ‘시작’하겠다는 유예된 다짐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오늘이 대기실 문틈으로 흘러가버렸을까.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 모든 게 나아진 다음 순간을 맞을 수 있는 거지.” 존 릴런드는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꼭 나이가 들지 않아도 조금 더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바꿀 수 없는 것 때문에 안달하기보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랑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는 것이다. 삶은 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야 정식으로 시작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아직 부족하고 불완전한 오늘도 이미 나의 삶이다. 싱어송라이터·‘숨김없는 말들’ 저자 모유진
피난처였던 서점이 내 삶의 창작실 되기까지 [.txt]
많은 것 잃고도 기꺼이 새 아침 맞이하는 85살 이상 노인들 이야기 서점에서 읽다가 늘 꿈꾸던 공간이 ‘바로 여기’임을 깨닫다 나를 키우는 중입니다 자립준비청년이면서 글로리피(Glorifi) 싱어송라이터인 모유진씨가 독서를 통해 삶의 밑바닥에서 나와 삶의 의미를 발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