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l 오희승 지음, 그래도봄, 1만9800원 광고회사 일에 지치고, 육아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마음이 닳아갈 때, 당신은 자신을 회복할 공간이 있나.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의 작가 오희승은 ‘미술관’이라는 선택지를 조용히 건넨다. 저자는 아이를 낳은 뒤에 자신이 말초신경이 소실되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는 미술사를 전공하고, 그림을 공부하고 싶었던 그는 엄마·주부·환자로 살아가며 역할의 균형이 쉬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었다. 그럴 때면 미술관을 찾았고, 그림 앞에 서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책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려진 명화 28점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림 감상법을 알려주는 미술 교양서는 아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 그림을 보고 스스로를 지켜낸 한 사람의 기록이다. 광고 독일 표현주의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가 ‘결혼 6주년 자화상’에서 임신한 몸을 드러낸 모습을 보며, 저자는 한때 자신을 ‘○○ 엄마’로 소개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빈센트 반 고흐의 ‘첫걸음’ 앞에서는 아이가 처음 걸음을 떼던 날의 벅찬 감정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뇌전증으로 가족에게 버려졌던 상처를 안고 살았던 오딜롱 르동, 우울한 시간을 견디며 베네치아 풍경을 그렸던 클로드 모네까지, 화가들의 삶 역시 상처와 회복의 이야기로 전복된다. 책을 읽으면 누구의 딸로,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 돌봄과 책임 속에 자신이 닳아 없어지는 것만 같을 때, 저자처럼 ‘미술관’을 찾고 싶어진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