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죽고 싶지만 이웃의 오지랖으로 실패한 남자, 자신의 오지랖으로 세상에 보답한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 스틸컷.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광고 이명석 | 문화비평가 열대를 닮은 밤에 나는 연신 후회의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고 그마저 모두 지나가 버렸다. 이제 와서 돌이킬 여지는 어림 반의반푼어치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부질 없이 자책하며 부채로 나를 때린다.광고 토요일 낮의 번잡한 카페, 나는 구석 자리를 차지한 뒤 주변을 살폈다. 음료를 주문해야 하는데 가방을 두고 가도 될까? 내 옆엔 운동을 마치고 온 젊은 부부, 그 너머엔 노트북과 수험서를 펼친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마침 부부가 벌떡 일어나는데 여학생이 다급하게 외쳤다. “저기요!” 여학생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부인의 팔을 잡으려 했다. 부인은 본능적으로 팔을 뺐고 남자가 그 앞을 막아섰다. “뭔데, 왜?” 대형 사고였다. 부인이 아이스 커피 잔을 쳐 노트북 자판 위에 쏟아 버렸던 것이다. 부부는 황급히 휴지를 들고 왔지만 여학생은 그들을 밀어내며 노트북을 기울였다. 커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여학생은 필사적으로 자판을 닦았고, 부인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듯 테이블 위를 닦았다.광고광고 나는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 실시간으로 키보드가 먹지 않고 화면이 사라지고 전원이 다시 켜지지 않는 절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러면 안 되는데. 바로 전원을 끄고 수리 센터로 달려가야 하는데. 하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언제까지 닦고 있어야 하나? 남편이 휴대전화의 시계를 자꾸 들여다봤다. 결국엔 여학생이 말했다. “이제 된 것 같네요.” 나는 속으로 외쳤다. ‘되긴 뭐가 돼?’ 그러나 그 마음도 이해했다. 그 불편함이 견디기 어려웠던 거다.광고 부인이 눈치를 보더니 명함을 꺼냈다. ‘그래, 그거야. 좋은 방법이네.’ 나는 안도했다.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야.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집에 가서 노트북이 아프면 연락해서 보상을 받아야지.’ 그런데 여학생은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괜찮을 거예요.” ‘아니에요. 괜찮지 않아요. 정말 괜찮으면 괜찮다고 세번씩이나 어미를 바꾸어 말하지 않아요. 그냥 명함을 받아요. 제발.’ 옆에서 누구라도 말해주어야 했다. 그 누구는 바로 나였다. 그러나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남편이 부인의 팔을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부인은 명함을 거둬들이며 허리를 90도로 꺾고 인사했다. 여학생도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했다. 그렇게 끝이 났다. 너무나 동방예의지국다운, 그러나 찝찝한 종결이었다.죽고 싶지만 이웃의 오지랖으로 실패한 남자, 자신의 오지랖으로 세상에 보답한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 스틸컷.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나는 오지랖을 극히 회피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네 일 아니면 끼지 마라. 귀찮아진다. 왜 그런 것까지 네가 신경 쓰는데? 네 앞길이나 챙겨.’ 혼자 살기를 일찍 결심한 이유도 남들의 오지랖을 극단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선의로 포장된 잔소리와 간섭의 불쾌함을 겪느니, 그냥 혼자 문제를 떠안고 손해를 감수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요청하지 않은 오지랖의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내가 처음으로 접촉 사고를 당했을 때 사고 처리를 도와줬고, 먹구름 낀 산에서 엉뚱한 길을 가는 걸 몰래 따라오다 폭우가 오기 직전에 구해줬다. 그 때문에 나도 눈앞의 누군가가 곤란을 겪고 있으면 항상 지켜보는 편이다.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다가가려고. 하지만 남들에게 도와달라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광고 오래전 동네의 버스 정류장에서 친구와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그때 우리가 같이 다니던 힙합 댄스 교실의 강사가 지나갔다. 보통은 민망해서 모른 척 지나가지 않나? 그런데 생글대며 다가왔다. “아니, 왜 싸우세요? 이 좋은 날.” 우리보다 열살은 어린 친구가 그렇게 말하니, 무안하면서도 어이가 없어졌다. 나는 그가 고맙고 또 부러웠다. 그런 성격을 가졌다는 게. 마음이 답답해 그때 싸웠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는 단호했다. “명함을 꼭 받게 했어야지.” “뭐라고 해, 내가? 지나가던 아저씨가 잔소리하는 것 같잖아.” “이랬어야지. 명함을 받아두셔야 저분들도 마음이 편하실 거예요. 노트북이 괜찮으면 문자 하나 보내드리세요.” 참으로 우아한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쉽게 나설 수 있을까? 아직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우아한 오지랖을 연습해야 한다 [이명석의 어차피 혼잔데]
이명석 | 문화비평가 열대를 닮은 밤에 나는 연신 후회의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고 그마저 모두 지나가 버렸다. 이제 와서 돌이킬 여지는 어림 반의반푼어치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부질 없이 자책하며 부채로 나를 때린다. 토요일 낮의 번잡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