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했으나, 넉 달 만인 지난 13일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여 금융권의 대출 여력을 약 30조원 늘렸다. 이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나란히 앉아 주택 공급 및 부동산 금융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위원장님께서 과거 대출 규제를 발표할 때 ‘부동산과 금융을 절연시키겠다’는 강한 발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두 분이 지금 나란히 계신 게 조금 아이러니하긴 한데요.”지난 13일 오전 열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브리핑에서 한 취재진이 꺼낸 말이다. 이날은 정부가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을 추가로 공급하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나란히 앉은 가운데, 이날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1.5%에서 3.0%로 확대하고 일부 대출 규제를 완화한 이번 대책과 ‘부동산·금융 절연’이라는 기존 구호 사이의 간극을 꼬집은 것이다.‘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표현은 지난 4월1일 처음 등장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부동산 금융 절연은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 목표만 놓고 보면, 넉 달 만에 고강도 관리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광고금융위가 지난 4월1일 발표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 보도자료. 이날 처음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 표현이 등장했다. 보도자료 갈무리이 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과거 절연 기조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은 투기적 수요나 부동산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으로 금융이 비정상적·비생산적으로 흐르는 부분을 교정하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부동산 금융 자체를 차단한다는 뜻이 아니라 투기적 수요로 흘러가는 자금만 억제하겠다는 설명이다.이 위원장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 상향의 근거로 내세운 ‘경상성장률 상승’ 역시 불과 한 달 전 금융위의 설명과 배치된다. 이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당초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설정했을 때보다 여러 사정이 바뀌었다”며 “경상성장률 자체가 굉장히 많이 올라오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가계대출이 3% 증가해도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광고광고그러나 지난달 15일 금융위 하반기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경상성장률 상승을 반영해 총량 목표를 완화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 처장은 당시 “경제성장률 규모가 커진 것이지 가계부채 규모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평균 60% 중반이지만 우리는 80% 후반”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비중이 작아지더라도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와 위험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신 처장은 총량 목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며 “1.5% 관리 목표에도 정책서민금융 등은 상당 부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량 확대는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고, 보호 필요성이 큰 일부 대출은 이미 예외로 인정하고 있어 추가로 대출 여력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총량 목표를 높일 충분한 근거가 아니라던 경상성장률 상승이 이번에는 목표를 두 배로 높이는 근거가 됐다.광고정부가 지난 13일 주택 공급 대상지로 발표한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경마장) 부지와 인근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총량 목표 상향을 발표한 지 하루 뒤인 14일 확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이번 조정이 투기적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신호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총량 확대가 규제 완화 신호로 읽힐 위험을 의식한 발언이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고 본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을 공급 확대보다 금융이 풀렸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상속·증여나 대기업 성과급 등으로 대출 외 여유 자금을 가진 가구에 추가 대출 여력까지 생기면 기존 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상급지 이동이 순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개별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대출이 가능하지만 금융사의 총량 부족으로 대출받지 못했던 차주들도 새로 대출받을 여지가 커지고, 그만큼 주택 구매나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