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나의 먼 이름에게 l 길상효 지음, 신은정 그림, 창비(2025) 광고김유진의 청소년이라는 세계 동화에서 그 많던 동물 이야기가 청소년 소설에 와서는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다. 동물을 사랑하던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자마자 다른 사람으로 변하지는 않을 텐데. 길고양이를 따라다니고,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려고 갖은 애를 쓰거나 들이지 못해 슬퍼하고,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하던 어린이 주인공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청소년은 개별 존재가 아닌 집단적 정체성으로 문학에서 재현되는 관습이 여전한 듯하다. 전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대학 입시라는 엄명 아래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인간관계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그마저도 어려우면 아예 에스에프(SF)나 판타지 세계로 날아가 버린다. 동물이나 동물을 사랑하는 청소년 이야기는 그러한 집단적 정체성과 거리가 머니까 찾아보기 힘든 것 아닐까. 그런데 여기,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개 그리고 개와 인간의 관계를 강렬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가 초점 화자이므로 독자는 개의 시점에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소설의 첫 장면은 번식장에서 구조되는 날로 시작된다. 처음으로 길고 깊은 잠을 잔 날, 처음으로 배불리 먹은 날. 안락한 공간으로 나를 데리고 온 인간은 사나웠던 이들과 달리 고요한 목소리를 지녔다. 광고 “나는 내 인간을 사랑한다. 나에게 사납게 짖어 대지 않는, 나를 굶기지도 걷어차지도 않는 인간을. 나를 씻기고 먹이는, 숨이 막히도록 나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 대는, 밤이면 곁을 내주고 함께 잠드는,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인간을” 여기까지는 많은 동화가 그려온 세계였다. 그런데 개는 곧이어 말한다. “나는, 우리는 어쩌다가 인간의 세상에 왔는가.” 이 질문은 동물권을 말하는 또 많은 동화에서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개는 어느 날 밤 산책에서 만난 동족의 뒤를 따라 그가 파헤친 빛 구덩이로 들어간다. 이 작품은 철저히 개의 시점인 것이다. 문학에서 판타지는 대개 인간의 현실 너머 세계를 엿보기 위한 장치이다. 즉, 대개 동물 판타지 동화에서 판타지 세계는 동물을 다른 존재와 관계로 만나기 위해 현실 세계의 인간이 거칠 수밖에 없던 구조였다. 그러나 개의 현실로 시작한 이 작품에서 개는 (인간이 아닌) 자신의 판타지 세계로 뛰어들어가 고대 늑대였던 자기 종의 시원을 만난다. 바로 거기 수렵 시기 인간이 등장하고, 개는 두 종의 관계가 시작된 지점을 자기 눈으로 확인한다. 이 작품에서 개라는 시점은 판타지 형식을 통해 작품의 시간 배경까지 새롭게 만들고 있다. 대개 청소년 SF와 판타지에서 현재를 가까운 미래의 시간으로 늘이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겨 더 아득히 먼 과거의 시간으로 확장한다. 광고광고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36권째이다. 동화를 읽던 어린이가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청소년 시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시리즈로 기획됐다. 100면 이내 짧은 분량의 이야기를 세련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갈수록 책이 얇아지고 이야기가 짧아지는 출판 경향이 문학의 형식과 내용에 미칠 영향을 여러 지점에서 살피게 되는 가운데, 형식과 내용의 새로움에 경탄하며 빨려 들어가게 하는 이 작품이 시리즈의 의미를 분명히 더한다.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