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파도의 아이들 l 정수윤 지음,돌베개(2024) 광고김유진의 청소년이라는 세계 지금까지 동화와 청소년 소설에서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꽤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린이, 청소년 독자가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탈북민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들을 사회 일원으로 수용하는 시선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컸을 듯싶다. 작품 속 어린이, 청소년 인물은 또래 탈북민을 주변에서 만나고, 알고, 친구가 된다. 예로부터 하나의 민족이었고, 지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는 포용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한 듯 보였다. 다문화 배경의 어린이, 청소년을 우리 사회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도의 아이들’은 열여섯살 청소년인 설, 광민, 여름이가 저마다 사정으로 북한을 이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이 여느 작품과 우선 다르다. 설과 여름은 중국과의 국경선을 도강하다가 북한 감옥에 투옥된 상태에서 노역을 틈타 탈출한다. 손흥민에게 열광하는 축구선수 광민은 탈북 브로커인 엄마의 일이 당국에 발각되어 엄마와 둘이 도주하던 중 홀로 중국에 도착하게 된다. 북한에 살던 세명의 청소년이 중국을 거쳐 중국 남쪽 중립국에 위치한 ‘사우스 코리아 엠버시’까지 도착하는 과정이 소설의 시작과 끝이다. 세 인물의 험난한 여정이 각 장마다 교차적으로 서술된다.광고 이들의 탈북은 물론 국가의 정치적·사회적 상황과 유리되지 않으나, 이를 넘어 청소년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여정으로 그려지는 점이 특별하다. 이러한 탈북 청소년의 여정은 청소년 독자에게 자유를 자각하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한다. 학교와 학원을 회전하며 이루어지는 현재에서 고개를 들어 너 자신을 믿고 따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설이는 현실을 직시하며 희망한다. “나는 지금 0과 같다. 0의 상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0의 지평선 위에서 내일을 향해 가고 있다. 그곳이 어디든 감옥보다는 낫겠지.” 여름은 자신을 회의하며 성찰한다. “사람은 왜 태어날까, 무엇을 하러 세상에 올까, 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넜지만, 지금은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자기가 살 수 있는 곳과 살 수 없는 곳이 있다” 광민은 결심한다. “그래, 독립하자.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나라로부터. 부모든 나라든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내 인생을 조종하는 한, 나는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광민에게 남한행 정보를 알려준 여행자 누나는 말했다. “넌 네 발로 직접 너만의 길을 개척하는 중인 거야. 프리덤 로드라고 할까.” 광고광고 언뜻 비참하고 비장할 거라고만 상상했던 탈북의 여정은 이를 만나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탐색의 여정으로까지 이동한다. 하염없이 입국 허가를 기다리던 이들은 어느 밤 대사관을 몰래 빠져나와 처음으로 보는 바다에서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은 세상 따윈 원하지 않아. 여기가 바로, 우리의 나라야.” 탈북민 청소년의 삶이 비로소 ‘디아스포라의 삶’으로 확장되며 우리는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다 함께 맞는다. 북한의 사회상을 외면하지 않되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로까지 확장한 이 책이 청소년 독자의 시선을 한층 깊이있게 만들 듯싶다.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