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온화의 마음 l 하유지 지음, 뜨인돌(2025) 광고김유진의 청소년이라는 세계 ‘온화한 마음’이 아닌 ‘온화의 마음’이니 이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온화, 온화가 온화한 마음을 찾게 되는 이야기일 거라고, 제목을 두고 짐작해 본다. ‘온화하다’를 포털 사이트의 국어사전에서 검색한다. 뜻을 모르지는 않지만 왠지 요즘 사람들에게 사용 빈도나 애정도가 줄어들고 있는 단어 같아서 다시 한번 뜻을 정확히 짚어 보고 싶어졌다. 1. 날씨가 맑고 따뜻하며 바람이 부드럽다. 2. 성격, 태도 따위가 온순하고 부드럽다. 새롭게 눈길을 끄는 의미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자연 현상과 인간의 성격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라는 점이 새삼스럽다. 기후 위기 시대의 인간 존재를 떠올려 보게 한다고 해도 억지스럽거나 거창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제목처럼 이 책은 열여섯살 온화의 이야기다. 부모님이 온화라 이름 지을 때는 딸의 앞길에 간절한 축원을 담았을 텐데, 정작 그 기반을 깨어버린 건 온화의 부모님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와 차린 피자집 운영도 소홀히 한 채 날마다 술을 마시고 우울증 치료를 받던 온화의 아빠는, 어느 날 아파트 옥상에 올라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일주일에 한번씩 받아온 상담에도 온화는 일말의 평온을 찾지 못하고,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와의 관계는 여전히 단절된 상태다. 광고 지하 터널 공사로 지반이 무너져 점점 기울어져 가는 온화네 아파트는 가족이 처한 절망을 상징한다. 아빠와 엄마가 이혼 서류까지 쓰게 만든 갈등 요소, 아빠가 이 세상을 영영 떠나버린 자리, 비극의 현장을 날마다 확인시키면서도 발목을 붙드는 지독한 경제적 현실. 새끼손가락이 들락거릴 만큼 깊고 굵은 균열과 잔금들은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은 떠나고 갈 데도 갈 돈도 없는 사람들만 남게 했다.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엄마는 주 6일 피자집 문을 열고, 쉬는 날 하루는 피해 보상을 위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의 집회에 참여한다. 하지만 온화에게는 마음을 닫고 있으니, 늘 멍한 눈동자로 소파에 앉아 있던 아빠와 그랬듯, 이제 서로만 남은 엄마하고도 집이 되지 못하는 집에서 온화는 지내왔다. 그런 온화의 삶에 “사실은, 나도 너처럼 자살 유가족이야”라고 말하는 서건우가 들어온다. 신장병으로 투석 치료를 받던 할아버지가 할머니 죽음 이후 생의 마지막을 결행했고 이를 두고 건우는 “아직도 마음속에서 완전히 해결이 안 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건우와 아울러 온화의 곁에는 먼 친척이지만 자매보다 가까운 대학생 우림 언니와, 남들은 다 떠나는 아파트로 아빠와 단둘이 이사 온 초등학생 다솔이가 있다. 우림 언니의 제안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공모전에 출품할 영상을 찍는 온화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묻고 다닌다. 아빠에게 하고 싶던 질문. 이제는 영영 들을 수 없는 대답이지만 아빠가 남겨둔 다이어리를 발견하고서야 아빠가 그럴 수밖에 없던 배경을 알게 된다. 아빠의 마지막 문자에 답했더라면 아빠가 떠나지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에서도 풀려난다. 기후 위기처럼, 온화할 수 없던 현실 세계를 깨닫는다. 그 터널을 지나 온화의 마음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광고광고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