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권우의 인문산책프리라이팅 |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부키(2026) 광고입때껏 읽어볼 만한 글쓰기 책이 나오면 정독해 왔다. 이제는 글쓰기 수업도 하지 않는지라 굳이 참고할 필요가 없지만, 꾸준히 읽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남들은 다 잘 쓰는 데 나만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여겨 글쓰기 책을 열독하던 시절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덕이다. 특히 남의 책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쓰는 데 이력이 나면 어느 순간 긴장감을 놓치기 십상이다. 요약하고 평가하는 단순한 구조에 익숙해져 식상한 글을 써낼까 싶은 것이다. 바버라 베이그의 ‘프리라이팅’도 초심을 떠올리며 읽었다. 프리라이팅은 “창의력이 튀어나와 원하는 곳 어디서든 자유롭게 놀도록 내버려두는” 글쓰기를 이른다. 무슨 내용이라도 좋으니 무조건 써 내려 간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어떤 검열도 거치지 말고 써 재끼는데, 철자법이나 내용, 글의 구성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똑같은 내용을 거듭해서 써도 된다. 그러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역시 무조건 쓰면 된다. 무척 신선한 방법 같지만, 일찌감치 나탈리 골드버그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제안한 방법과 비슷하다. 무의식이라는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 자신만의 이야기를 퍼 올리면 비로소 글 쓰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배설’은 시작일 뿐이다. 광고 지은이는 자신이 제안한 프로그램대로 꾸준히 써나가면 글 쓰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유혹’한다. 더불어 글쓰기가 요구하는 것은 ‘재능’이나 ‘영감’이라고 부르는 마법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격려’한다. 단 글 쓰는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쏟아부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두루 동의할 만한 이야기다. 지은이가 내세운 글쓰기의 기술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 ‘셜록 홈스의 글쓰기 학교’이다. 홈스의 놀라운 수사능력은 세밀하고 정확한 관찰에서 비롯하였다. 관찰을 바탕으로 추리하였고, 추리에 한계가 있을 적에는 전문지식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냈다. 또한 홈스는 상상력을 발휘해 범인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짐작했다. 더욱이 홈스는 끊임없는 훈련으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했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능력을 하나로 결집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런 절차를 따르면 글 쓰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말이다.광고광고 지은이는 오랫동안 태극권을 익혀 왔는데, 이 무예에서 글쓰기 기술에 관해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태극권을 수련하려면 일련의 연결된 동작인 ‘식(form)’을 행한다. 이 동작은 바뀌는 법이 없는데, 지은이는 똑같은 식을 행하면서 과거에 배웠다가 잊어버린 것을 환기하게 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식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제시한 프로그램도 반복하도록 구성되었는데, 이를 따르면 글쓰기의 식을 익히게 된다고 강조한다. 김진해는 ‘쓰는 몸으로 살기’에서 글쓰기와 합기도의 공통점을 말했다. 수련할 때는 스승의 시범 동작을 관찰하고 이를 반복해야 한다. 글쓰기가 딱 그렇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과정의 무한 반복일 뿐이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무예의 도를 떠올리면 될 성싶다.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몸에 익는다. 그리고 기존의 식을 반복하던 아마추어 수준에서 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기술을 발휘하는 무도인으로 성장한다. 지은이가 마련한 프로그램을 쫓다 보면 글쓰기의 ‘고수’로 훌쩍 성장할 터다.광고 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