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창고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광고 김종대 | 전 정의당 의원 미국의 탄약고가 비어 가고 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낳은 단순한 돌발 변수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구조적 위기이자, 냉전 이후 세계를 호령하던 거대 패권국에 찾아온 ‘전략적 갱년기’의 징후다. 이제 미군은 장기전을 견딜 내구력이 고갈되어 가는 노쇠한 거인의 모습이다.광고 지난해 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정책을 두고 “불필요한 퍼주기”라고 강하게 비난한 배경엔 미국의 전쟁예비탄약(WRSA)이 무한하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이 놓여 있다. 이미 이란전 이전부터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장기전이 미군 병력 소모는 물론 핵심 탄약 재고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동맹국의 전력 지원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중동이라는 단일 전선에 발이 묶이고 탄약이 고갈되면, 결국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 패권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 지구적 억지력 자체가 근본적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광고광고 그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주요 안보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보면, 이번 이란전으로 인해 미군이 보유한 핵심 정밀 유도무기 소진분은 전쟁 전 재고의 3분의 1에서, 일부 핵심 체계의 경우 절반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토마호크 미사일만 1천발 이상, 전투기 탑재 공대지 미사일(JASSM)도 1100발가량이 단기간에 소모됐다. 이를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체계별로 짧게는 3년, 길게는 2030년대 초반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란전 이전의 기존 재고조차 미국과 중국 간 대규모 전면전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방위산업이 효율성과 비용 절감만을 추구하며 도입한 ‘적시 생산’(Just-In-Time) 체계는 평시의 예산 운용에는 적합했을지 몰라도, 대국 간의 다층적 장기전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미국 방위산업에서 고체로켓모터, 첨단 탐색기, 특수 주조 부품과 숙련노동력의 병목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더군다나 고도정밀무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나 희토류는 국외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광고 미국은 이제 ‘탄약을 소모하는 속도가 만드는 속도를 압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새로운 공장을 증설하고 가동하는 데만 최소 18개월에서 24개월이 걸리며, 자국 내 공급망과 숙련 인력을 재건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톰 카라코 선임 연구원은 이 현실에 대해 “재래식 억지력의 세대적 파멸”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힘의 고갈과 빈혈 상태’라는 냉혹한 현실을 가장 먼저 간파하고 맹렬히 파고든 것은 미국의 적대국들이었다. 이란은 8월 초에 미군이 공습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의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넘어 제재 완전 해제, 동결 자산 반환, 전쟁 배상, 미 해·공군 전력의 철수, 친이란 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 등을 포함한 파격적인 ‘6개 항’을 내걸고 강경한 대미 항전에 나섰다. 걸프 지역에 배치한 미군의 패트리엇과 사드, 스탠더드(SM3·6) 미사일이 고갈되었음을 안 것이다. 동유럽 우크라이나 전선은 미국의 이러한 힘의 고갈이 몰고 온 비극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요격탄이 완전히 고갈되어 ‘구멍 난 방패’가 되어버린 취약한 방공망의 빈틈을 정확히 노려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거점에 대규모 탄도·극초음속 미사일 공습을 퍼붓고 있다. 8월에 키이우는 완전 무방비 상태로 러시아의 미사일에 얻어맞고 있다. 이 신호가 던지는 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도 확산된다. 워싱턴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기존의 ‘동시다발적 거부 전략’(Simultaneous Deterrence)에서, 현실적인 물적 한계로 인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제한적 개입’으로 수축될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은 대만해협, 한반도, 중동, 유럽에서 동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전선에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을 즉각 투입할 여력을 상실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냉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의 확장억제(Nuclear Umbrella)가 우리 안보의 공백을 완벽히 메워줄 것”이라는 동맹의 전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