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15일(현지시각)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무산담/로이터 연합뉴스 광고미국과 이란이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에 합의한 것은 경제적 충격과 여론 악화, 승부를 가리기 힘든 소모전 상황을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지지율 추락이 결정타였고, 이란은 누적된 제재에 전쟁 비용이 더해지며 고사 직전에 이른 경제적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월28일 개전 직후 이스라엘과 함께 12시간에 걸쳐 약 900차례의 공습을 이란에 퍼부었으나 이란의 무릎을 꿇리지 못했다. 오히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잃고도 정권을 유지했고, 호르무즈해협이라는 비대칭 카드를 쥔 채 버티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40일 전쟁 뒤 60일 넘는 휴전’이라는 기이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4월8일 첫 휴전 합의 뒤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놓고 수시로 충돌했다.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이란이 원유 수송로를 막고 강경하게 버티는 상황에서 ,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종전 합의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팽팽한 전황만큼 양쪽 요구는 평행선을 그었다. 미국은 핵 완전 포기 , 농축 우라늄 반출 등 이란에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반환이 먼저라며 맞섰다. 이란을 계속 공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며 협상의 판을 지속해서 흔들었다.광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휘발유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재점화, 금리 문제는 큰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로이터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5%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말 지지율 최저치인 34%를 기록한 바 있다. 약속했던 “신속한 승리”가 아닌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 조짐이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항복 요구에서 양해각서 서명으로 요구 수준을 낮췄다. 개전 초 이란의 핵 능력 제거와 정권 교체가 목표라던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엔 관심이 없다”며 “(이란의 현 지도부는) 지금까지 상대해온 이들 중 가장 합리적인 집단”이라고 했다. 이란도 긴 전쟁을 버틸 체력이 부족했다. 4월13일 미국의 해상 ‘역봉쇄’로 원유 수출 수입원이 차단되자 전쟁 장기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전쟁 전부터 이미 위기 상태였던 경제 상황이 사실상 국가 부도 직전 수준으로 치달았다. 양해각서 타결 직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쪽이 레바논을 공습하며 협상 결렬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과 이란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합의문 작성을 서둘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광고광고 트럼프 대통령은 15~1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이란 전쟁 관련 성과를 과시하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역사적인 협정 타결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14일)과 겹치는 것을 피하려 막판까지 타결 발표 시각을 끌며 기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시차(7시간30분) 덕분에 이란 시각으로는 15일, 미국 시각으로는 14일에 협상 타결이 발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석유가 흐르도록 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축 게시물을 두고 “(개전 전날인) 2월27일 그랬던 대로 세상이 돌아갔다고 축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