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7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제8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광고전정윤 | 논설위원한국 사회에서 가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초생활수급 당사자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기면 이런 것이다. “가방, 신발이 떨어져도 신 꿰매는 녀석. 마음 아프다. 생활비를 줄이지.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주었다. 생계급여가 들어와서 아이들과 모처럼 치킨을 시켜서 맛있게 먹은 하루였다. 돈이 항상 부족해서 잠도 잘 안 온다.” “시장 반찬 너무 조금 주는데 1개당 5천원 참 힘드네. 반찬 아껴 먹어야 한다, 20일까지. 5년 만에 처음으로 겨울 바지, 잠바 구입함. 진짜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나. 하루종일 우울함.”(2025년 기초생활 수급가구 가계부조사 결과와 제도개선 방안 발표 토론회 자료집 발췌)정부는 가난한 개인의 이런 일상적인 결핍과 포기, 고통을 계산한다. 우선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가 해마다 8월1일까지 기준중위소득이라는 기준값을 고시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14개 부처 80여개 복지사업의 수급자와 급여액 산정 근거가 되는 ‘복지의 최저선’이다.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국민소득보다 낮으면, 복지가 필요한 사람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수급자가 되더라도 보장 수준이 떨어진다.광고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는 실제 국민소득을 반영하지만, 통계 조사 시점과 이 값을 토대로 만든 기준중위소득 기준의 적용 시점 간에 시차 3년이 발생한다. 중생보위는 시차를 보정하는 비율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기준중위소득을 낮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달 28일 새로운 적용 비율을 발표했는데 “당해연도 기준중위소득에 가금복 중위소득의 최신 3년 평균 증가율을 적용하되, 최신 소비자물가지수, 실질경제성장률 ‘등’ 다른 주요 사회·경제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우리는 ‘등’ 한 글자가 얼마나 자의적일 수 있는지, 검찰 수사 범위 논란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새로운 산정 방식에 따라 2027년 기준중위소득은 1인가구 273만6042원, 4인가구 692만9885원으로 결정됐다. 가금복 중위소득은 2024년 이미 1인가구 276만6천원, 4인가구 705만1천원이었다. 정부는 “6.70% 역대 최대 인상”을 홍보했지만, 2027년 복지 기준선이 2024년 소득수준조차 반영하지 못한다는 진실을 감추는 기만적인 사실일 뿐이다.광고광고기준중위소득을 기준 삼아 수급자의 소득인정액과 각종 급여액을 결정하는 산식은 A4 용지 20장이 넘을 정도로 복잡하다. 핵심만 간추리면, 수급자의 소득은 세전으로, 예금·집·차 등 재산은 과도하게 소득으로 환산해 소득인정액에 반영한다. 반면 급여액은 수급자의 실제 필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기준중위소득과 급여액은 낮게, 수급자의 소득은 높게 반영하는 ‘최소 인원 최저 복지’ 의도를 담은 산식의 결론은 이렇다.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 32% 이하 가구, 의료급여 40% 이하, 주거급여 48% 이하, 교육급여 50% 이하.” 2027년 1인가구 생계급여의 경우, 기준중위소득 273만6042원의 32%인 87만5533원을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이 50만원이면 그 차액인 37만5533원을 정부가 지급한다는 뜻이다.정부가 수치화한 가난과 실제 가난의 격차가 수급자들의 삶에서 어떤 숫자로 귀결되는지 보면 이런 식이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 20가구(18가구는 1인가구)의 두달치 가계부를 분석해보니, 식비 비율이 43%였다. 월평균 식비는 33만원이었는데, 육류나 생선을 사먹지 못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할인 제품으로 식비를 줄이는 가구가 많았다. 조사기간 57일 171끼 중 라면을 46번 먹은 가구도 있었다. 서울의 1인가구 주거급여는 최대 35만원인데, 이걸로 임대료·관리비·수도광열비를 충당하는 건 1가구뿐이었다. 그나마 수급자 얘기고, 수급자에서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의 고단한 삶은 이따금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으로 기사화된다.광고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인공지능(AI) 기반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어디 숨어 있는 게 아니다. 재정 여력을 빌미로 기준중위소득과 실제 빈곤선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않는 정책 설계,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일부에 남아 있는 부양의무자 제도 등으로 인해 뻔히 보이는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가난한 이들을 찾아낼 인공지능이 아니라, 가난을 가난이라 말하지 않는 복지 제도를 바꾸겠다는 정치적 결단이다.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