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박정원 작 ‘거짓 기념’. 권현우 활동가 제공 광고 권현우 | 평화활동가·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최근 일본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의 전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약 30년 만의 대규모 개편 과정에서 박물관이 기존 ‘난징 대학살’이라는 표현을 ‘난징 사건’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나가사키시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와 검정 교과서 표현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의 성격과 책임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논란은 국제 사회로 확산됐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6월5일 공식 브리핑에서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도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의 전시 변경 문제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광고 일본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사카 국제평화센터’(피스 오사카)다. 1991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일본의 전쟁 피해뿐 아니라 일본이 아시아에서 저지른 침략과 가해의 역사도 함께 다뤘다. 난징 대학살, 식민지 지배, 일제 강제동원 등 일본 사회가 불편해하는 역사도 전시에서 함께 다뤘다. 하지만 이를 ‘자학 사관’이라고 비판하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에 전시 개편 논의가 이어졌고, 2015년 리뉴얼 이후 박물관에서는 일본이 저지른 가해의 역사가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광고광고 가해의 역사 지우기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베트남전쟁 전시는 2018년 ‘해외 파병실’ 리모델링 이후 베트남전 한국군 파병을 노골적으로 미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었다. 전시는 베트남전 파병을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라 강조한다. 채명신 장군의 훈령인 “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를 비중있게 전시하며 민간인 학살을 전면 부정하는 전시를 이어갔다.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확대된 사회 흐름에 반하는, 아니 노골적으로 대항하는 전시였다. 한국의 과거사 청산 운동으로 국군에 의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규명한 역사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오직 베트남전쟁의 역사는 이렇게 공공기관의 전시에서마저 철저하게 은폐되고 미화된 것이다. 최근 한국 사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의 진실과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전쟁기념관에는 변화의 조짐이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는 전쟁기념관의 베트남전 전시에 문제를 제기하며 포스트잇으로 ‘거짓’이라는 문구를 붙이는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전시물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의 의사를 표현했으나 전쟁기념관은 이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고소했고, 결국 벌금형이 내려졌다. 참여자들은 이에 불복해 최근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광고 이 사건을 지켜본 박정원 작가는 최근 전시 ‘반전 시도’에서 ‘거짓 기념’(Sự tưởng niệm giả dối)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탄탄이의 ‘거짓’ 포스트잇 붙이기 행동을 오마주한 이 작품의 창작 노트에서 ‘왜 가해를 가해라고 기술하지 못하는지, 혹은 어떤 것이 가해를 가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지’라며 전쟁기념관을 ‘모든 걸 망각하는 거대한 기계’로 표현했다. 가해의 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분열증과 망각을 인간성의 상실로 바라본 것이다. 전쟁은 한 국가와 사회의 총체성을 구성하는 역사다. 전쟁 기억의 문제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전 지구적 전쟁의 시대와 군사주의의 강화 속에서 전쟁의 과오를 은폐하고 미화하는 흐름은 계속될 수 있다. 가해자의 자리에 선 공동체가 그 불편함을 이겨내는 길은 성찰을 통해 진실을 인정하고 가해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그리고 한 사회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공론장이 열려야 한다. 무리한 법적 대응을 감행해 스스로 이 공론장에 뛰어든 전쟁기념관 광장에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전쟁에 대한 편향적 기억은 단순한 역사 문제가 아닌 오늘날의 평화에 반하는 행위다. 오늘날 나가사키와 용산에서 국가를 상대로 이어지는 시민들의 기억 투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난징 대학살’ 지우는 일본, ‘베트남전 학살’ 지우는 한국 [왜냐면]
권현우 | 평화활동가·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최근 일본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의 전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약 30년 만의 대규모 개편 과정에서 박물관이 기존 ‘난징 대학살’이라는 표현을 ‘난징 사건’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나가사키시는 일본 정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