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덴마크 디자이너 폴 헤닝센이 만든 ‘PH5 펜던트’ 조명(1958년). 빛의 각도와 세기까지 고려해 여러개의 갓을 겹쳐 부드럽고 따뜻한 인공 빛을 누리게 해주는 디자인이다. 북트리거 제공 광고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욕망과 필요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수백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짐승의 가죽을 더 쉽게 찢을 목적으로 돌과 돌을 맞부딪혀 날카로운 모서리를 얻어낸 이후, 인류는 자연을 변형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로 자라왔다. 인공지능(AI)이니 뭐니 하는 최첨단 기술들도 본질적으론 원시시대 돌칼과 다를 바 없다.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은 “삶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구축해 온 오래된 인간의 방식”이 바로 ‘디자인’이라고 한다. ‘디자인 뮤지엄’은, 전시 해설사가 된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디자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한편의 기획전시 같은 책이다. ‘살다’, ‘다루다’, ‘기록하다’, ‘보다’ 등 인간의 행위를 주제로 삼아 네개의 전시실을 꾸렸다. 부엌과 욕실·화장실, 요리 도구, 자동차, 오디오와 비디오, 글꼴, 포스터, 픽토그램, 로고 디자인 등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해진 것들이 도대체 어떤 욕망과 필요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그 발자취를 하나씩 짚어준다. 디자인 뮤지엄 l 김신 지음, 북트리거, 3만3000원 ‘조명’ 전시 내용을 대표적으로 소개해 본다. 빛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문명 발전의 발판이었는데, 그 역사는 나무에 불을 붙여 횃불을 만들었던 순간부터 오늘날 필요하면 언제든 빛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그 세기와 방향, 속성까지 통제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은 전력 기반시설(인프라)의 보급으로 과거에는 특권층만 소유했던 인공조명을 오늘날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일 테다.광고 다만 정말 재밌는 부분은 그다음이다. 빛의 세기가 약해서 광원을 최대한 노출해야 했던 이전 세대의 조명들과 달리, 전구는 너무 밝고 날카로워서 되레 이를 가리거나 약화하는 ‘갓’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빛의 세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된 뒤로는, “종이 갓은 주름을 잡고, 유리 갓은 색을 입히고, 섬유 갓은 수를 놓고, 금속 갓은 구멍을 뚫는 식”으로 갓은 미적 기능까지 수행하게 된다. 덴마크 디자이너 폴 헤닝센의 ‘피에이치’(PH) 시리즈는 우리에게도 ‘북유럽 감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각도와 빛의 세기까지 고려해 여러개의 갓을 겹쳐, 부드럽고 따뜻한 인공 빛을 누리게 해주는 조명 디자인이다. 다른 한편, 다룰 수 있는 빛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빛의 방향을 통제하려는 시도 역시 나타났다. “1932년 세상에 나온 ‘앵글포이즈’는 최초의 각도 조절 램프이자 현대적인 관절형 램프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팔처럼 꺾고 구부려서 원하는 곳에 조명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계통의 디자인은 스프링이나 장치 같은 부속들이 조명의 줄기 밖으로 삐져나와 있다는 사실이다. 가정보다는 일터에서 주로 쓰일 것을 기대하고 디자인됐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이를 처음 디자인한 영국의 조지 카워딘은 자동차 서스펜션 장치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애초 조명을 장식적으로 꾸미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도 한다.광고광고미국 가구회사 허먼밀러의 연구원 로버트 프롭스트가 디자인한 ‘액션 오피스2’가 실현된 공간. 북트리거 제공 이처럼 지은이는 현재 우리를 둘러싼 디자인들이 왜 이런 모양인지, 그 역사적 경로를 차근차근 풀어내는 데에서 특히 실력을 발휘한다. 오늘날 사무실에는 왜 서류들을 잔뜩 넣은 캐비닛이 따로 있고, 책상은 줄지어 있으며, 그 사이는 파티션으로 막혀 있을까? 노동자를 철저하게 감시·통제해 효율을 끌어올리는 ‘테일러리즘’은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됐는데, 이는 일하는 모습이 보이도록 깨끗한 상판 밑에 서랍 몇개만 달린 책상이 사무실의 표준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후엔 창의적인 ‘지식 노동자’의 소통·공유를 강조하는 경영 이론의 영향을 받아 유연한 개인 공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액션 오피스’ 디자인이 나왔다. 파티션은 그 산물이었지만, 실제론 폐쇄성이 더 부각되면서 ‘닭장’이 됐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파티션을 해체하고 개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무 공간 디자인이 변해가는 중이다.미국 디자이너 로저 쿡과 돈 샤노스키가 승객과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미국 교통성의 사인 세트(1974년). 북트리거 제공 4개의 전시실 사이에 끼어 있는 ‘삶의 풍경을 만든 디자이너들’과 ‘일상의 풍경을 바꾼 디자인 운동’ 등 2개의 부록 전시는 디자인의 역사를 바라보는 지은이의 관점을 잘 드러낸다. 19~20세기 전반기를 관통해 진행됐던 ‘모더니즘’은 소수 상류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의 변화였고, 그 핵심적인 가치는 ‘보편성’이라 한다. 한마디로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아야 하고,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온 일상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것을 누리게 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임을 새기게 한다.광고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조명에서 사무실까지…왜 이 모습으로 디자인됐을까 [.txt]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욕망과 필요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수백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짐승의 가죽을 더 쉽게 찢을 목적으로 돌과 돌을 맞부딪혀 날카로운 모서리를 얻어낸 이후, 인류는 자연을 변형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