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본 ‘증시와 뇌의 비명’ 변동성 확대로 초보 투자자 불안 증가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피해 특히 심각 주식중독 환자, 치료 필요 인정 않지만 전두엽 마비되며 성인 ADHD 닮은꼴 ‘거래 앱 삭제’ 등 투자 환경과 거리 두고 약물치료, 운동 등 통해 관심 전환해야주식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이번 주식시장의 거친 파도가 청년들에게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치명상이 아니라 훗날 건강한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꼭 맞아야만 했던 ‘아픈 예방주사'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획위원 광고“최근 두 달 동안 주식시장에서 초보 투자자들이 보여준 잦은 매매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과 함께 폭락 공포가 빚어낸 ‘뇌의 비명’을 보여줍니다. 과도한 불안으로 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하면 이성적 판단 기능은 마비되고,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원초적인 생존 신호만 남게 됩니다. 결국 이 불안을 견디지 못해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다름없는 충동적 매매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주식 중독 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만났다. 스스로 주식 중독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언론에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최근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이 개인투자자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에는 시가총액 1255조원에 달하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례 없는 시장이죠. 여의도의 노련한 투자 고문들조차 ‘평생 처음 보는 시장’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예요.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더없이 위험한 시장입니다.”광고 벼락거지의 공포, 그리고 무너져 내린 삶의 기반 박 원장은 현재의 사태를 ‘개인의 투자 실패’가 아니라 ‘개인과 가정을 붕괴시키는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말부터 악화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7월 들어 극에 달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병원을 찾는 주식 중독 환자는 2배 이상 늘었고, 이들이 떠안고 온 경제적 손실액 규모도 3배 이상 뛰었다.광고광고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가 280만원을 돌파하자, 우리 사회 전반에는 ‘지금 당장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나 혼자만 벼락거지가 될 것’이라는 짙은 포모 심리와 비교 심리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문제는 상승장에서 쾌락만 경험했던 초보 투자자들에게 하락장을 견뎌낼 심리적 면역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분할 매수나 위험 관리 없이 고점에서 빚을 끌어와 이른바 ‘올인 투자’를 감행했고, 예고 없이 찾아온 폭락장에서 계좌가 녹아내리자 극심한 불안과 좌절감에 빠졌다.광고 박 원장이 진료실에서 마주하며 가장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들은 2030 청년층과 막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들이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신혼집 잔금을 위해 모아둔 목돈에 손을 대 단기 매매에 나선 경우다. 잔금까지 남은 3~4개월 동안 돈을 불려 자동차를 바꾸거나 화려한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었지만, 폭락장이 덮치며 집 계약이 무산돼 파혼·이혼으로 직행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초보 투자자들은 왜 자산이 탕진될 때까지 매매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박 원장은 이를 ‘뇌 생존 시스템의 치명적 오류’와 ‘열등감 보상 심리’로 풀어냈다. 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뇌는 이성적 판단을 멈춘다. 편도체가 과활성화하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조치를 취하라’라는 잘못된 생존 신호를 보내고, 전두엽 기능은 마비된다. 결국 성인 ADHD 환자처럼 단 1분도 참지 못하고 조급하게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충동 매매에 빠진다. 박 원장은 “실제로 주식 중독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검사해보면 절반에 가까운 약 45%가 성인 ADHD 진단을 동시에 받을 정도로 뇌의 충동 조절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돼 있다”고 덧붙였다. 더 위험한 것은 본전 심리다. 무너진 자존심을 단숨에 보상받으려다 변동성이 더 큰 미국 주식이나 선물·옵션으로 옮겨가 투자금을 모두 잃는 경우도 흔하다.광고 자존감 회복까지 적어도 반년 이상 치료 필요 주식 중독 환자들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자신을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근태 불량으로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빚 독촉에 시달리고, 가족 관계가 파탄 난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치료는 ‘정서적 진정’과 ‘강제적 자극 격리’에서 시작된다. 주식 거래 앱(MTS)을 즉시 삭제하고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유튜브 채널 등을 최소 2주 이상 차단하며, 증상이 심각하면 스마트폰을 구형 휴대전화로 교체하거나 증권사 계좌를 동결하기도 한다. 이후에는 도파민 수용체 민감도를 낮추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운동이나 독서, 산책 등 건강한 도파민으로 자극을 대체하는 훈련을 반복한다. 가장 핵심적인 마지막 단계는 본업 복귀와 근로소득을 통한 자존감 재건이다. 박 원장은 “가족이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은 재발을 부추기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라며 “환자 스스로 일터로 돌아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도록 지지하는 것이 진정한 치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식 중독 치료는 한두 번의 진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최소 6개월 이상의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병원이 지난 5년간 추적한 통계에 따르면, 마지막 내원 후 2년 동안 재발 없이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완치율’은 38~42%에 불과하다. 조롱 대신 공감이 필요한 시간, “당신의 진짜 자산은 본업” 박 원장은 온라인에 확산하는 ‘주식 손실자 조롱 문화’에도 경고했다. 손실자를 ‘꼴좋다’며 조롱하거나 음모론을 유포하는 행위는 불안을 극한으로 몰아 극단적 선택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는 “타인의 불행을 짓밟고 조롱한다고 해서 내 계좌 수익률이 오르거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의 상처에 대한 따뜻한 공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산 증식 욕구와 주식 투자 흐름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10대 후반부터 체계적이고 충분한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금융에 대한 무지는 ‘묻지마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융회사들도 급등주 마케팅이나 무분별한 신용·레버리지 유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식시장의 거친 파도가 청년들에게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치명상이 아니라 훗날 건강한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꼭 맞아야만 했던 ‘아픈 예방주사’로 남기를 바랍니다. 지금 큰 손실을 보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매일 출근할 수 있는 본업만 단단히 유지하고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부디 불안이 만들어낸 뇌의 비명에 잡아먹히지 말고, 과감하게 주식 창을 닫고 삶을 지탱하는 진짜 터전으로 돌아오기를 당부드립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