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6월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의 잎이 말라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광고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광고 이민 초기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돈에 쪼들렸다. 자존감은 바닥인데, 가족마저 병에 시달렸다.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멀리서 사람 그림자만 봐도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했다. 머리로는 증상을 이해했지만, 순식간에 덮쳐오는 두려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못 먹고 못 자고, 딱 죽겠다 싶었다. 우연히 숲에 들었다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 힘들 때마다 숲을 찾았다. 몇 시간이고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또 하루 살아갈 용기를 그러모을 수 있었다. 어느 날 길도 없는 곳에 들어갔다가 그만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못 보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나무가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청나게 넓어진 시야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거침없이 솟아오른 나무들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다음 순간, 그것들이 말을 걸어왔다. 가장 낮은 곳에 있어야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고, 오래 견딘 것들이 하늘에 가장 가까이 간다고. 나무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게 된 것이 그때다.광고광고 나무는 아름답고 고요하다. 대지 깊이 뿌리를 내리고 팔을 벌린 채 말없이 자신을 키워간다. 나무는 다양하고 조화롭다. 껍질과 잎사귀와 꽃과 열매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함께 평화롭고 아늑한 숲을 이룬다. 나무는 관대하고 지혜롭다. 온갖 새와 짐승과 벌레에게 깃들 자리와 먹을 것을 아낌없이 내주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무는 굳세고 강인하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 우뚝 서서 바람과 서리와 자연의 변덕을 견뎌낸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서쪽에 테라스보드뢰유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지난 6월 이곳 지방자치의회는 만장일치로 나무의 권리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나무가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존재하고 번성하며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대적인 환영과 함께 자원 이용과 개발에 큰 위협이 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광고 나무의 법적 권리라니 꽤 급진적으로 들리지만, 이런 사상은 뿌리가 깊다. 1972년 미국의 법학자 크리스토퍼 스톤은 캘리포니아 국유림 개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나무에게 소송권을 주자’는 에세이를 발표한다. 나무와 강, 숲 등에 후견인을 지정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엉뚱한 생각으로 여겨졌지만, 그 에세이는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후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가 점점 심각해지자, 2008년 에콰도르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는 황가누이(왕거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2018년에는 프랑스에서 ‘나무의 권리에 관한 세계 선언’이 발표되어, 이번 테라스보드뢰유 결의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도 2023년 서울환경연합에서 ‘나무의 권리, 시민의 약속’이라는 워크숍을 열고 ‘나무권리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환기미술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을 기리는 곳이다. 그는 평생 화초와 나무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4월 미술관은 수령 100년이 넘는 은행나무 밑동에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해 나무를 고사 위기에 빠뜨렸다. 뿌리가 자라면서 담장에 균열이 생겨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시민들이 고발에 나섰지만, 법적으로 나무는 물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모든 생물과 환경은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살아 있는 동식물은 물론 대지와 바다, 산과 강을 자원으로만 취급한다. 우리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개발하고 착취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이제 기후위기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만, 정신 차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나무에 법적 권리를 주자. 그것은 어쩌면 나무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조치일지 모른다.광고
부암동 은행나무의 권리 [똑똑! 한국사회]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이민 초기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돈에 쪼들렸다. 자존감은 바닥인데, 가족마저 병에 시달렸다.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멀리서 사람 그림자만 봐도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했다. 머리로는 증상을 이해했지만, 순식간에 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