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아이들이 자신의 질병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학교, 질병이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리 보건교사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광고2시간마다 옥수수 전분물을 먹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그것을 먹지 못했습니다. ‘외부 음식'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저혈당 위험 때문에 유치원 입학 자체를 거부당한 아이도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차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전원을 꺼두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경보음을 듣지 못한 채 쓰러진 아이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지난 4월 열린 ‘환자 학생의 학교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실제 증언입니다. 먼 나라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 토론회는 보건교사로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길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자리였습니다. 특히 의료진에게도 생소한 ‘당원병' 환아를 두 명이나 키우고 있는 보호자의 증언은 단순한 사례 소개가 아니었습니다. 제도가 사람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선의로 설계된 규칙이 어떻게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지를 보여주는 고발이었습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과연 교육의 평등을 말할 수 있을까요. 토론회가 끝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장벽을 어떻게 허물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할 때입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가 강조한 평등, 형평성, 그리고 정의의 차이는 우리 교육계에 여전히 묵직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는 흔히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디딤돌을 놓아주는 ‘형평성'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딤돌을 딛고서야 세상을 볼 수 있는 아이는 어디를 가든 무거운 디딤돌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며, ‘키가 작아 디딤돌이 필요한 아이'라는 부정적 인식까지 감내해야 합니다. 진정한 ‘정의'는 누구나 자기가 선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울타리 자체를 허무는 것입니다. 환자 학생이 자신의 질병을 숨기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광고 토론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은 학생의 목소리는 현재의 출결 제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기 진료를 위해 질병결석, 생리결석, 현장체험학습을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현실은 건강 관리가 마치 ‘잘못된 일' 혹은 ‘숨겨야 할 일'인 것 같은 죄책감을 심어주며, 정직하지 못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관리가 입시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봐 아이들이 건강 관리를 포기하거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먼저 배우게 되는 상황은 무엇보다 무섭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진료를 위해 거짓을 말해야 하는 상황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해야 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부적응자' 혹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구조적 폭력입니다. 직장인의 건강검진이 ‘근무'로 인정되듯, 학생의 정기 진료도 당당히 ‘출석'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토론회에서도 거듭 지적되었듯, 환자 학생들에게 정기 진료는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학업 유지를 위해 생명을 관리하는 선제적 조치이자 필수 절차입니다. 특히 당원병처럼 며칠간 입원하여 24시간 채혈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 ‘정기 진료'의 범주에 ‘정기 입원'까지 포함하는 앞서가는 행정이 필요합니다. 일부의 악용을 우려해 다수의 생존권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상급종합병원의 서류는 꼼수로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광고광고 토론회를 돌아보며 보건교사로서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우리 학교엔 이런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보건교사는 요양호 학생의 건강문제를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환자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권을 보장받으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옹호자(Advocator)'가 되어야 합니다. 출결 제도를 개선하고, 의료기기와 식이조절 물품 사용 권리를 보장하며, 환자 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디딤돌'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학교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토론회 내내 머릿속을 맴돈 것은 영화 ‘슈가' 속 한 마디였습니다. "그 법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요!" 이 질문에 이제는 국가와 학교가 답해야 합니다. 2027년 시행될 ‘환자기본법'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교실 안의 작은 책상 위까지 닿아 환자 학생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를 촉구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질병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학교, 질병이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리 보건교사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질병은 학생의 잘못이 아니며, 학교는 그들의 생존과 성장을 지원하는 가장 든든한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광고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서울지부장 김유민
병원 가는 날은 결석…아픈 아이 밀어내는 학교 [건강한겨레]
2시간마다 옥수수 전분물을 먹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그것을 먹지 못했습니다. ‘외부 음식'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저혈당 위험 때문에 유치원 입학 자체를 거부당한 아이도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차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전원을 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