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4년 2월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강연배 |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10년이 지나도 병원 현장은 바뀌는 것이 없다.” 얼마 전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사가 한 말이다. 간호사들은 밤낮이 뒤바뀌는 혹독한 3교대 근무가 기본이고, 일할 때는 밥은 고사하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이라는 곳은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는 공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가장 ‘아픈 곳’이 되어 버렸다.최근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는 병원 현장의 ‘아픈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국 병원에서 일하는 4만5천여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함께 일할 동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68.1%)고 응답했다. 인력이 부족하니 응답자 3명 중 1명은 본인의 직무 범위를 넘어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35.9%)고 응답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렇게 부족한 인력으로 일하고 있지만 최근 1년간 폭언이나 폭행, 성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8.2%였다. 간호직의 경우에는 무려 84.9%에 이른다.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업무’ 때문에 환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여유조차 없다고 말한다.광고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 노동자들은 늘 이직을 꿈꾼다. 보건의료 노동자 3명 중 2명은 매일 이직을 꿈꾸며 출근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72.1%)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3교대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은 더 높았고 업무를 익혀 숙련된 역할을 해야 할 시기인 3~5년 차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은 80%에 달했다.이들이 이직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무 조건에 높은 수준의 노동강도에 내몰리고 있지만(44.8%) 그에 비하여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28.9%)는 점을 꼽았다.광고광고실제로 2023년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절반(57.4%)이 1년 이내에 사직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가 출근하지 며칠 되지도 않아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 바로 퇴직하는 ‘응급 사직’도 흔한 풍경이 되고 있다. 한 사람의 간호사가 떠나면 남아 있는 이들이 업무의 빈 공간을 메우는 일과 더불어 새로운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일까지 책임져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인력 부족 문제는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종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인력은 곧 인건비와 연결되기 때문에 병원은 최대한 고용을 적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원 사용자의 자발성에 기대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광고그래서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요구도 아니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병원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에 공감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한 사항이다.당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 등의 실태 조사와 적정 인력 연구를 통해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보건의료인력 기준 등을 마련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울러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력 기준 마련에 대해 추가 논의하고 이를 위한 보건의료인력 통합정보시스템을 2022년 내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인력 기준치는 마련되지 않았다.환자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병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프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돌아온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