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게티이미지뱅크광고조현경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지난달 28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학교의 소풍·수학여행 기피 현상을 두고 “구더기 생길까 싶어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과도한 법적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면책 방안을 주문했다. 누구도 선뜻 건드리지 못한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짚은 것은 반갑고 마땅한 일이다. 다만 발언의 무게중심이 ‘장독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에 실리는 사이, 현장 교사들이 마주하는 공포는 메시지 뒤편으로 밀려났다.교사단체들은 즉각 현장과의 인식 차이를 우려했다. 초등교사노조가 교원 2만1918명을 조사한 결과, 96.2%가 현장체험학습에 부정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49.8%)과 ‘학부모 민원 대응 스트레스’(37%)였다. 이 수치는 단순한 책임회피가 아니다.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망사고로 담임교사가 법정에 서야 했던 트라우마가 낳은 ‘합리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 제도적 면책만큼이나 절실한 것은, 사소한 충돌도 용납하지 않는 민원 권력 앞에서 교사들이 견디는 감정적 고립감과 심리적 압박을 헤아리는 공감의 언어다.광고봄소풍이 멈춘 풍경은 추락한 교권을 비춘다. ‘스승’이라는 호명은 닳아 사라지고 ‘민원 대상’이 그 자리를 채운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2024)에서 한국 교사의 ‘교직 후회’ 비율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교사노동조합연맹 조사에서는 최근 1년 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교사가 절반(55.5%)을 넘었다.이 압력은 학교 바깥에서도 작동한다. 감정노동의 소진, 돌봄 노동자의 위축, 서비스 일선의 자기검열 등. 다만 교사의 자리에서 가장 선명하게 터졌을 뿐, 우리는 모두 어느 자리에선가 ‘매끈한 표면’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 조승연은 이를 ‘하지 않을 권리’(소극적 자유)와 ‘할 권리’(적극적 자유)의 충돌로 설명한다. 거리에서 노래할 권리를 넓히면, 그 소리를 듣지 않을 권리가 깎인다. 방해받지 않을 권리에는 손쉽게 합의가 모이지만, 무언가를 시도할 권리는 늘 논란을 부른다. 그렇게 폐를 끼치지 않을 권리만 끝까지 밀어붙인 사회는 매끈해지는 대신,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우리 사회는 작은 결함과 불확실성마저 지우려는 집착 속에서 ‘마찰 없는’(frictionless) 방향으로 질주했고, 불편과 위험을 견디는 ‘사회적 근력’은 빠르게 쇠퇴했다.광고광고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는 책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에서,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정연한 사회가 그 쾌적함을 위해 불편한 존재를 끊임없이 ‘표백’한다고 진단한다. 쓰레기 없는 거리, 정시에 움직이는 대중교통,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 그 매끈한 표면을 지키려 우리는 서로에게 결점 없는 ‘무해함’을 요구한다. 키오스크 앞에서 뒷사람을 기다리게 할까 봐 손을 떨고, 아이가 칭얼대면 눈총을 살까 봐 황급히 입을 막는 부모의 초조함이 이를 보여준다.문제는 교사가 마주하는 존재가 결코 매끈해질 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아이는 마찰 그 자체이며 예측 불가능하다. 흙을 만지고, 넘어지고, 떠들고, 갈등하며 자라는 존재다. 그런 아이마저 무해한 표준에 맞추라는 요구가 학교로 쏟아진다. 작은 갈등에도 변호사를 앞세우고 정당한 지도조차 아동학대로 몰아세우는 민원 끝에 교사는 법정에 선다. 그 광경을 지켜본 교사들은 가장 안전한 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물러선다.광고봄소풍을 되살리는 일은 학교를 등 떠미는 것으로 풀리지 않는다. 법적 보호 장치는 절반의 답일 뿐이다. 대통령이 지시한 공개 토론은 ‘현장체험학습을 다시 나가라’는 독촉이 아니라, 교사가 다시 설 수 있는 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어야 한다. ‘모든 위험을 완벽히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을 거두지 않는 한, 어떤 보호 장치를 마련해도 학교는 끊임없이 위축될 것이다.방향은 명확하다. 불편을 없애는 사회가 아니라 불편과 위험을 견디고 헤쳐나갈 근력을 함께 기르는 사회다. 경제학자 팀 하포드가 책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에서 지적했듯, 깔끔하고 완벽한 질서는 위험한 환상이며,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제거하려 애쓰는 혼란 속에 있다.표백된 유토피아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모든 위험을 통제하려는 안전 강박과 매끄러움을 강요하는 민원 문화를 넘어서야 한다. 삶의 필연적인 마찰과 불완전함을 품어내는 사회적 근력이 살아날 때, 비로소 ‘스승의 자리’도 다시 세워질 수 있다.gobogi@hani.co.kr
학교는 표백된 유토피아가 아니다 [아침햇발]
조현경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지난달 28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학교의 소풍·수학여행 기피 현상을 두고 “구더기 생길까 싶어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과도한 법적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면책 방안을 주문했다. 누구도 선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