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주최로 열린 현장체험학습 및 교육활동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전정윤 |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소풍·수학여행을 기피하는 선생님들을 언급하며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한마디를 보탰다. 덕분에 십수년간 학교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잔혹 서사가 터져나왔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과 2025년 ‘수학여행 사망 사건 인솔 교사의 유죄 확정 판결’ 이후 교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두가지 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죄’와 ‘내 아이 기분 상해 죄’ 이야기다.2022년 11월 춘천의 한 초등학교 6학년이 속초로 체험학습을 갔다. 담임교사는 학생 23명을 두 줄로 세워 인원을 확인한 뒤, 앞에서 학생들을 인도했다. 5명의 학생이 이동 중 대열에서 이탈했는데, 맨 뒤에 있던 학생이 쪼그리고 앉아 신발끈을 묶다가 사고가 났다. 운전기사가 주차를 위해 버스를 이동하다가 학생을 치여 숨지게 한 것이다. 담임교사는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가 선고돼 직을 잃을 뻔했으나, 2심에서 같은 형의 선고유예가 확정되면서 ‘당연 퇴직’을 면했다. 음주나 적극적 방치 등 중대한 과실이 있었나 싶었지만, 1·2심 판결문 속 ‘공동정범’ 교사의 ‘범죄사실’은 “학생 대열 전방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학생들을 인솔하여… 버스가 피해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도록 한” 것이었다.광고인솔 책임자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교사 혼자 초등학교 6학년생 23명을 인솔하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발적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다니. 부모 2명이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나갔다가 벌어진 유사 사고에 대해, 부모를 과실치사로 처벌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 않은가.교사들의 억눌렸던 성토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필요하면 입법이라도 하고 교육부 지침도 만들고 수사기관 수사 지침도 만들어야 한다”며 교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덜어줄 대책을 주문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했으니,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다. 하지만 수년간 조용한 ‘체험학습 파업’이 확산됐던 교육 현장이 선뜻 제자리로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교사들을 위축시킨 ‘내 아이 기분 상해 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광고광고2013년 울산과 칠곡에서 잇따라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됐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를 국가가 개입해 근절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법이 2011년 전부 개정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와 결합해 학교에도 적용되면서, 양날의 검 같은 폭발적 변화가 일어났다.2010년 학교 체벌 금지 이후에도 남아 있던 체벌 관행이 사라졌고, 교사의 폭언이 ‘정서적 학대’라는 자각도 생겼다. 문제는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선을 넘는 학생·학부모’와 모든 대응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긴 ‘무책임한 교육당국’이었다.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정서적 학대 조항을 악용한 무고성 신고가 급증했고, 교사들은 “가만히 두면 방임, 개입하면 학대”라는 자조 속에 무너져갔다.광고특히 수학여행은 교사들 사이에서 안전사고 위험과 행정업무 가중뿐 아니라, 민원과 고소·고발이 쏟아지는 “대환장 파티”로 불린다. 체험학습을 가면 간다고 안 가면 안 간다고, 멀면 멀어서 가까우면 가까워서 싫다는 민원은 단골 레퍼토리다. 반찬이 부실하다고, 물을 안 챙겨줬다고,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학생을 제지해 수치심을 줬다고, 학생 간 다툼이나 괴롭힘을 중재하다가 특정 학생을 나무랐다고 ‘정서적 학대’ 민원이나 고소가 들어온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일부 학부모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체험학습을 축소했다며 아동학대와 직무유기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2023년 ‘교권 보호 5법’이 개정된 이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기소되지 않는다. 하지만 매년 한 반에 1∼2명씩은 악성 민원인이 있고, 민원이 기각·반려되고 소송이 불기소·무죄로 결론 나더라도 ‘송사’ 자체가 주는 압박감은 일반인인 교사가 감당하기에 버겁다. 학부모든 정치권이든 “소풍이 뭐 대수라고 안 데려가느냐”며 교사를 타박하기 전에, ‘그깟 소풍’과 일상적인 교육활동을 교사의 직을 거는 모험으로 만든 괴물 같은 제도와 사람부터 손봐야 하지 않겠나.ggum@hani.co.kr
뒤돌아보지 않은 죄, 내 아이 기분 상해 죄 [아침햇발]
전정윤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소풍·수학여행을 기피하는 선생님들을 언급하며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한마디를 보탰다. 덕분에 십수년간 학교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잔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