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월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숨 막히는 폭염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길지도 않은 커트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더 짧게 자르려고 동네 미용실에 갔더니 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로 뛰어 들어오는 손님이 하루에도 몇명씩 있다고 원장님이 말한다. 원장님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르신들에게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라면서, 무더위에 그늘 하나 없는데 노인들이 줄을 선다고, 길 건너 교회 마당을 가리켰다. 그늘막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나오질 못해요. 이 더위에 움직일 힘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원장님의 말에 귀가 뜨였다. 그렇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잠깐만 안 보여도 잊는다. 일일이 방문해서 식사를 갖다드리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할 사람들이 있는데 ‘공무원들이 참 일을 못해’라는 원장님의 말은 공무원을 비난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더위 속에 더 힘겨울 사람들을 정부가 찾아다녀야 한다는 마음으로 읽혔다.영화, 출판 같은 문화산업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노동자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조선소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처럼 다른 공간, 다른 조건, 다른 노동을 하는 이들이 모인 토론회 자리에 갔다. 여름휴가철이 지나고 나면 정부와 시민사회를 향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논의하려고 모였다. 놓여 있는 갈등의 상황이 다 달랐고 바로 앞에 버티고 있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저마다 만만치 않았다.광고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고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청구를 남용하지 않도록 한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가 올해 3월부터 시행되면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희망을 갖고 교섭을 준비했지만 원청 회사는 현란한 법기술을 구사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을 피해 다니는 중이라 한다. 또 다른 조선소에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식사를 특정 비자의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월 수십만원의 밥값을 매겼다. 그동안 받아온 차별이 쌓이다가 밥값에 폭발한 이주노동자들 수백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새로운 상황 같지만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기업의 행태, 이주노동자 차별 같은 오래된 문제의 연장이기도 하다. 문화산업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말로는 가능한데 실제로는 복잡한 절차에 산재보험 가입을 포기한 채 일감이 끊어질까 봐 아프고 다쳐도 일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대리 기사들은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을 계산하면 시급이 7천~8천원인 수준인데 왜 법제도로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선지급 개런티를 받고,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받을 돈을 차감하는 식으로 계약을 하는데 매출 정보를 플랫폼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불공정한 계약이라 일을 하면서도 늘 우울하다고 한다.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법제도로 보호할 방안을 내라고 끈질기게 싸워왔다.그런데 이번 한여름의 토론회는 전과 다른 어떤 쓸쓸함이 느껴졌다. 아무리 집회를 하고 농성을 해왔어도,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한명이라도 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사회 여론도 노동조합에 우호적이어야 보람도 있고 힘을 낼 수 있는데 요즘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지로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고, 반도체 수출로 영업이익 세계 1위 기업이 나오고,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휘몰아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주가가 곤두박질쳐서 한달 월급, 한해 연봉 또는 그 이상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탄식이 전해지지만 답은 또 다른 주식 투자일 뿐이다. 여기에 온라인에 숨어 있는 줄 알았던 혐오가 담장을 넘어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으로 밀려들어와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야기도, 같이 하자는 이야기도 건네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더해졌다. 고액의 성과급을 받은 대기업 노동조합을 보면서 노동자 사이의 차이에 눈감은 채 노동조합을 모두 기득권으로 모는 이들과 하청, 여성, 비정규직, 저임금, 이주노동자 같은 약자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이들이 동시에 출몰하는 상황을 헤쳐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명백한 차별과 불평등 앞에 연대하면서 싸워온 사람들이 움츠러들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이게 만드는 힘을 가졌던 사람들을 잃게 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세상읽기]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숨 막히는 폭염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길지도 않은 커트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더 짧게 자르려고 동네 미용실에 갔더니 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로 뛰어 들어오는 손님이 하루에도 몇명씩 있다고 원장님이 말한다. 원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