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중학교 1학년 박준홍(13)군이 7월27일 앱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구글 패밀리링크’ 앱을 우회해 에스엔에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광고“저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어요. 어린 친구들이라도 잘 클 수 있도록 뭔가 필요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이주현(18·가명)양이 자신의 스크린타임(앱 사용 시간 기록)을 훑어보며 말했다. 7월 넷째 주,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8시간이다. “특성화고 졸업반이라 외부 취업을 나와 있어 16시간씩 스마트폰을 보던 예전보다는 적다”고 했다. 그중 막강한 ‘시간 도둑’은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만 주말 하루 5시간을 넘겼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틀어두고도 릴스나 쇼트폼을 동시에 봐요. 도파민이 빨리 필요하니까.” 시간도 집중력도 낭비되고 있다고, 늘 생각한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요.” 싫지만 멈출 수 없다. 중독이다.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중독적 설계에 칼을 빼 들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026년 상반기 업무보고에서 청소년 에스엔에스 이용 규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지난 29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같은 경우 플랫폼 사업자들의 중독적 설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가 승소해서 600만달러를 배상받는 상황”이라며 “(중독적 설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광고 한겨레는 정책 당사자인 청소년 4명에게 에스엔에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 세계에는 알림과 메신저 기능, 무한 스크롤, 쇼츠 자동 재생, 자극적인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유혹하고 붙잡아두고, 돌아서도 다시 이끄는 요소가 넘쳐났다. 청소년들은 피로감과 허무함을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일률적인 청소년 접근 차단에는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중독을 유발하는 플랫폼의 설계만큼은 규제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일치했다. ■ 유혹과 체류, 무한 반복의 늪광고광고 “스크롤 내리는 속도가 제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1초에 서너개, 싹싹싹. 그러다 자전거 영상이 떠서 딱 멈춰요. 그리고 또 싹싹싹. 무한 반복이에요.” 중학교 1학년 박준홍(13)군이 익숙하게 유튜브 쇼츠를 넘겼다. 알고리즘에 맞춰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동 재생 영상들의 무서움을 곁에 있던 친구 박도완(13)군이 설명했다. “그만 보려면 일단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잖아요. 보다 보면 생각조차 없어지는 거예요. 그게 진짜 무서운 거예요.” 릴스와 쇼츠 등 쇼트폼(짧은) 영상이 에스엔에스 콘텐츠 대세로 자리 잡으며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은 한층 더 중독의 핵심 요소가 됐다. 준홍군은 “카지노 슬롯머신처럼 내리면 얼마나 좋은 게 나올지 모르니 자꾸 보게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에스엔에스 유인 기제로 흔히 짚는 ‘간헐적 보상’(예측 불가능한 보상에 집착하는 것)이 쇼트폼 콘텐츠의 빠른 호흡과 맞물려 어떻게 극대화하는지를 설명한 것이다.광고 고등학교 3학년 심재현(18)군은 하루 2시간 반 정도 인스타그램을 쓰는 일상을 전하며 진입과 체류, 반복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설계’를 과몰입의 이유로 짚었다. “친구들하고 주로 인스타그램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해요. 메시지 보내고 나오면 릴스와 사진이 뜨잖아요. 사진·릴스 구분이 없어 더 빠져들어요. 이런 것들이 되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보다 보면 뭘 하려 했던 건지 잊게 되죠.” 몰입을 부추기는 기술적 장치는 끊임없이 더해진다. “인스타 릴스 가장자리를 누르면 안 그래도 빠른 영상을 두배 빨리 보는 기능까지 얼마 전에 생겼는데, 아세요?” ‘자극적인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청소년들의 에스엔에스 탈출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10∼19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중은 2017년 30.3%에서 지난해 43%로 늘었다. 과의존 위험 상태의 청소년 응답자 중 87%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려 할 때마다 실패했다’고 답했다.고등학교 3학년 이주현(18·가명)양이 7월29일 스크린타임 기능으로 확인한 7월5일 인스타그램 앱 하루 이용 시간은 5시간38분에 이른다. 이주현양 제공 ■ 보건 위기, 감춰진 진짜 선택권 어쩌면 중독의 위험성은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층 더 깊고 치명적으로 파고들지도 모른다. 준홍군은 “보다 보면 힘이 쫙 풀려서 연체동물처럼 누워 있게 된다”고 했다. 도완군은 “멈출 수 없어서 폰을 집어 던진 적이 있다”며 “밤늦게까지 보다가 내일 활기차게 생활 못 할 텐데 싶어 후회한다”고 했다. 감정적 공허와 혼란이 무엇보다 크다. 재현군은 “작은 새장 안에 갇힌 듯한 무기력함”으로 ‘중독의 시간’을 설명했다.광고 전문가들이 에스엔에스 규제를 개인의 의지 문제를 넘어 ‘청소년 공중보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돈은 기업이 벌고 비용은 국가와 학교, 아이들이 떠안는 게 지금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중독은 공중보건 문제로 접근해 중독적 설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몸소 체험했기에 중독의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그 유혹에서 벗어날 해법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재현군은 “그나마 유튜브는 롱폼과 쇼츠를 구분해서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겨서 쇼츠를 ‘0분’으로 설정하니 일주일 동안 뉴스 같은 롱폼(긴 영상)만 봤다”며 “소비자 선택권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 기능들을 꼭꼭 숨겨둘 게 아니라 팝업을 띄우는 식으로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침 릴스만은 좀 잠글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가끔 지각하는 게 다 릴스 때문이에요.”(박준홍) “결제 유도하는 자극적인 맛보기 영상, 미끼 콘텐츠를 자를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 좋겠어요.”(이주현) 다만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접근을 일방적으로 원천 차단하는 방식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효성과 거부감 탓이다. “차단해도 뚫을 방법은 굉장히 많습니다.” 준홍군은 보호자가 에스엔에스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구글 패밀리링크’ 앱을 우회하는 방법을 시연해 보였다. 차단과 관련 없는 휴대전화 기본 앱 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 곧장 에스엔에스로 향하는 방식이다. 재현군은 “에스엔에스는 이미 일상적인 소통 수단이 된 지 오래”라며 “유용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만큼, 개별 기능 사용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게 현실적으로 반발을 줄여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국회 법안 논의와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서비스 접근 차단 및 기능 제한의 수준과, 규제 대상 플랫폼·기술 종류를 결정하는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중독성과 유용성 사이에서 겪는 청소년의 혼란, 플랫폼 업계의 반발,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중독적 설계로 무장한 에스엔에스가 ‘위험한 제품’이라는 점, 이용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안전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인식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선경 방미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청소년 에스엔에스 보호는 세계적 추세이고, 과몰입과 과의존에 따른 피해 또한 주지의 사실”이라며 “사업자의 청소년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현 장현은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