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클립아트코리아광고법원에서 보이스피싱 자금이 흘러간 계좌 동결을 풀어달라고 계좌 주인 등이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기존 판례와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법원의 기존 판례에 따르면 채무 부존재 소송의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채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판례를 보이스피싱 사건에 적용할 경우 피고인 피해자들이 손해를 구제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법원이 이같은 사정을 반영해 기존 판례에 얽매이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최누림)는 지난 5월 ㄱ회사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 7명은 2024년 보이스피싱을 당해 6억원에 달하는 돈을 특정 계좌에 보냈고, 이 돈은 다른 계좌를 거쳐 ㄱ회사 계좌에 입금됐다.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ㄱ회사 계좌를 동결해달라고 금융사 등에 요청했고, 이같은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전자화폐거래소를 운영했다고 주장하는 ㄱ회사는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 없고, 전자화폐 거래대금으로 입금됐을 뿐이라며 동결된 계좌를 풀기 위한 소송을 나섰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범죄와 무관한 계좌주가 억울하게 지급정지 당한 경우 이를 해제해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통상적인 채무 부존재 소송에선 피고가 원고에게 실제 채권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ㄱ회사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루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존 판례를 보이스피싱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권리요건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국가기관이 밝혀야 하는 범죄사실 등을 피해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뿐만 아니라 가중된다”며 “이로 인해 (계좌) 명의인 측 청구가 쉽게 인용됨으로써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입법 목적이 사실상 몰각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광고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1부(재판장 조은경) 역시 지난해 11월 ㄱ회사가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소송이 부적합하다며 이를 각하했다. ㄱ회사와 피해자들 모두 채권·채무 존재 여부에 대해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법에서 정한 지급정지 등 제재 종료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 이익이 없다는 논리였다. 사건을 맡은 조 판사는 선고 이후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계좌 주인) 승소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이를 근거로 지급정지 조치가 해제되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자 구제조치가 무력화되는 게 아닌지 등 문제의식 하에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