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고 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 딥시크 등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 인공지능 기업들은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범용인공지능은 사람이 해낼 수 있는 모든 지능적 과제를 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누가 이를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과 국가가 엄청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에, 선두 기업들은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정부도 총력 지원하고 있다. 1999년과 2005년 저서에서 범용인공지능이 2029년 무렵 나올 것이라 예언한 레이 커즈와일 구글 기술 이사는 2024년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에서도 같은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범용인공지능이 암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것이라 낙관했지만, 비관적인 전문가들은 실업과 불평등, 인간의 소외 등이 극심해질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광고 한국은 이 경쟁에 당장 끼어들지는 못하지만, ‘주권(Sovereign) 에이아이’ 개발을 통해 선두 그룹과 격차를 좁히면서 인공지능 제조·인프라의 기지가 되려 한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몸을 가진) 인공지능 분야에 앞으로 10년 동안 5천조원 가까운 투자를 쏟아붓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세계적 경쟁에 정부와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메가프로젝트가 ‘묻따말’, 즉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가자는 분위기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기후위기와 불평등, 지방소멸이라는 시대적 난제 대응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전기를 쓰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짓겠다는 구상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등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신규 전력 수요가 2035년 국가 전체 수요의 4분의 1에 이를 것으로 봤다. 전력생산구조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이 크게 지체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력이 부족하니, 원전을 더 짓자’는 주장이 득세하는 것도 문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등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재생에너지 중심 국가’가 원전 확대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직성 전원인 원전은 태양광·풍력 증가에 맞춰 출력을 줄이기 어렵다. 알이100(RE100)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 새 원전은 거대한 좌초자산(환경 변화에 따라 가치를 잃은 자산)이 될 수 있다.광고광고 잘나가는 대기업을 더욱 밀어주는 메가프로젝트가, 이미 심각한 한국의 불평등에 미칠 영향도 걱정스럽다.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고 저금리의 정책금융과 행정적 혜택을 몰아준 반도체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노사 등 ‘내부자들’의 성과급 잔치에 썼다. 주식 투자 여력이 있었던 사람들은 반도체가 이끈 상승장에서 돈을 벌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렇게 번 돈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이들이 많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인공지능 기술에 밀려난 직장인, 취업 기회가 사라진 청년, 비싼 주거비에 고통받는 무주택자와 세입자 등은 막다른 골목에 있다. 한편 반도체 공단을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가까운 광주 등에 조성하기로 한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전기공급 방안이 막막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도 그대로 추진해서, 비수도권 공단과 전력·인재 등의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기후위기와 지방소멸 대응, 불평등 완화라는 세 동그라미의 교집합 안에 들어가도록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은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지능형전력망 등에 집중 투자해 공급을 빠르게 늘리면서, 데이터센터 등의 변동성 수요에 대처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별·시간대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해 전력 수요를 분산하는 일도 시급하다. 원전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해질 때까지 기존 설비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가프로젝트에는 또 증세와 일자리, 복지 정책 등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는 전략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제조·인프라 분산은 ‘비수도권 우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성공해야, 장차 범용인공지능이 진짜 등장해 세상을 흔들더라도 한국 사회가 똘똘 뭉쳐 대응할 근육을 갖게 될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