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폴란드에서 포 사격 시험 중인 K2 전차 모습. 현대로템 누리집 광고 김연철 |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 무기를 파는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너무 쉽게 전쟁이 일어나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국방비를 올렸다. 동맹 질서도 흔들리면서, 강대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시대에서 자주국방의 시대로 전환 중이다. 한국은 어느새 방산 강국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안보 협력의 구조를 바꾸고, 국내적으로 방위산업의 생태계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바로 “무기를 팔면서 평화를 말할 수 있나?”광고 도덕이나 윤리의 차원이 아니다. 무기 수출에 관련된 국제법 준수는 의무다.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 2조 4항은 직접적인 무력 행사뿐만 아니라, 무력 사용을 지원하는 간접 행위에도 적용된다. 무기 수출이 불법적 무력 사용으로 이어질 때 무기 수출국의 법적 책임을 묻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도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국제 인도법을 위반하면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무기거래조약에 2013년 서명했고, 2016년 국내 비준했다. 조약을 준수할 법적 당사국이다. 국제 인도법 위반을 이유로 무기 수출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2024년 네덜란드 고등법원의 판결이다. 네덜란드 비영리기구(NGO)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국제 인도법과 제노사이드 금지 협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F35 전투기 부속 공급을 중단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은 1심과 달리 네덜란드 정부에 전투기 부속의 수출 허가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무기거래조약을 국내법 차원에서 처음으로 적용한 판결이다. 영국에서도 2024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허가 350여건 중 30여건이 중단됐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고, 글로벌 방위산업의 핵심 국가다.광고광고 네덜란드 법원의 결정은 무기 수입국이 국제 인도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위반의 개연성이 있으면 무기 수출 허가를 취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국도 무기 수출 허가를 재검토하면서,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법을 존중하고 준수할 의지가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수출한 무기가 국제 인도법을 위반한 사실은 없지만, 개연성이 있는 사례는 있다. 2016년 9월 예멘 내전 과정에서 한화가 만든 수류탄이 국제 인권단체에 의해 발견된 적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무기가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나, 증거가 없어서 넘어갔다. 2019년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와 인권탄압에 앞장서던 미얀마에 해군 함정을 수출한 적도 있다. 현재 시민단체는 이스라엘에 항공·방산 부품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우리가 수출한 무기가 내전이나 인권탄압, 그리고 다른 나라의 침략에 사용되는지 점검할 의무가 있다.광고 대한민국 헌법 5조 1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했다. 무기 수출의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인권 보호 의무는 헌법 규범이다. 국제 인도법 존중의 차원에서 무기 수출 체제를 점검하고 미흡한 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기 수출 심사 과정에서 수입국의 정치·군사적 상황, 무기의 최종사용자, 그리고 사용 목적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동시에 수출된 무기의 목적 외 사용이 발견되면 즉시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도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 대외무역법이나 방위사업법에 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항목이 있지만, 추상적이다. 영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상세한 지침이 필요하다. 지난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도 국제 인권법 등을 위반한 국가와의 방산 협력을 제한하자는 대외무역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란다. 국제 인도법 준수를 위해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사전심사와 사후관리에서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냉전 시기 핵전쟁의 위기 상황에서 교황 바오로 6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다시 군비경쟁의 시대다. 방산 수출의 기회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익 앞에서 정의를 생각하라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분단 체제에 살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다. 평화는 오랫동안의 열망이고, 현재 일상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결정한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무기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나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라는 김구 선생의 말이 여전히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