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게티이미지뱅크광고김연철 |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 북한은 이념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한다. 북한이 이념을 추구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북한은 운동단체가 아니라 국가다. 대남 관계에서도 ‘국익에 준한 냉철한 계산’만 남았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정부도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구한다. 남과 북이 추구하는 외교 전략이 일치한다. 이익의 조화를 찾으면 새로운 남북관계가 열린다. 그런데 왜 이익이 어긋나고 멀어질까?북한-중국-러시아 북방 삼각관계를 신냉전이 아니라, 북한의 국익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군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얻었고, 경제 분야에서 원유·식량·현금을 얻었으며, 국제 제재의 출구를 마련했다. 북-러 관계는 냉전 시대에도 이념적 연대를 한 적이 없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이익의 조화로 유지하는 동맹이다.광고북-러 관계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물류망은 너무 거리가 멀어 경제성을 얻기 어렵고, 오랫동안 거래가 적어서 협력 기반도 부족하다. 제재를 피하기 위한 루블화 결제나 물물교환 방식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원산 갈마에 갈 러시아 관광객은 소수다.그래서 북-중 관계가 중요하다. 중국의 관점에서 낙후된 동북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러-우 전쟁에서 번 현금 수입으로 구매력도 생겼다. 나진항을 통해 동해로 진출하면 동북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방 발전 정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모든 국경 통상구를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광고광고물론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제재를 준수한다는 방침이다.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만 중국은 교통 인프라와 같은 합법 영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합법과 불법 사이의 회색 지대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며, 비공식 무역에 대한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 북-중 국경무역의 역사는 길고, 구조적으로 얽혀 있으며, 대금 결제를 비롯한 협력 기반이 발전해 있다.북-중 경제협력이 늘어나면 북한의 경제전략도 달라진다. 그동안 북한이 추진한 지방공업 발전 구상은 국가 주도였다. 중앙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 자재를 보장하고 군대가 공장을 건설하고 지방 당국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중국과의 무역 활성화로 중국산 저가 소비재 유입이 늘면, 지방 공장이 생산하는 소비재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방공업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광고그동안 제재와 코로나 봉쇄의 결과인 국가 중심의 상품 유통도 달라져야 한다. 러-우 전쟁 과정에서 늘어난 국가에 몰린 외화도 민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장거래가 중심인 북-중 무역이 활성화되면 민간의 역할이 커진다. 평양에서 과거 나진·선봉에서 허용했던 부동산의 매매와 양도도 허용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의 실용 외교는 핵 보유로 억지력을 확보하고, 중·러 사이에서 이익을 늘리고, 한반도에서 두 국가로 체제 위협을 경계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도 본격화하고 있다. 실용주의는 수단을 살펴서 대안을 좁혀야 한다. 부처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고 의견 차이를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비롯한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경우,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와서 주변국은 진정성을 의심한다. 대통령의 말을 참모가 부정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실용주의는 잘못되면 즉시 바꿔 가며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열린 세계관이다. 실용의 지혜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과거의 관성에 갇혀 있거나 북방 삼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는 달라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추구하기 어렵다. 북-미 관계에서 혹은 중-일 관계에서 ‘정직한 중재자’가 되려면 한국의 전략이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중재의 힘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가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부처 간 협력을 해야 대안을 만들 수 있다.한반도에서 평화 공존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이익 조화를 찾아야 한다.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서로 이익을 찾으면 새로운 관계가 가능하다. 두 국가의 관계 형식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익의 내용이다. 실용은 그물망이 촘촘한 접근법이다. 과거의 느슨한 그물로는 이익을 포착하기 어렵다. 이익 조화의 환경도 중요하다. 전략적 자율성이 있어야 실용 외교도 가능하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