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5월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제16회 부산커피쇼에서 관람객들이 시음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이고운 | ​부산 엠비시 피디 비가 올 듯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캄캄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는 무겁고 진득한데, 정작 비는 오지 않는 날씨의 연속.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간절해지는 날들이었다.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십 대엔 출근길에 아이스 라테 한잔을 주문해 공복에 그걸 벌컥벌컥 들이켜는 게 하루의 낙이었다. 커피에 대한 사랑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맛있는데다가 잠도 깨워주는 혁명적인 음료라니. 매일 그 기쁨을 누리다 보니 또래보다 일찍 역류성 식도염과 만났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경련이 찾아오는 요즘엔 하루 한잔 넘는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그마저도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면 아주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 오후를 버티기 위한 카페인 충전용 커피로 하루 할당량을 채워야 할 땐 우울해질 정도다.광고언제나 맛있는 커피 한잔이 고픈 내게 부산은 정말이지 살기 좋은 도시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전포동이나 온천천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중앙동, 영도, 광안리 등 웬만한 동네에는 고유한 매력을 가진 카페들이 많다. 커피를 중심으로 부산 지도를 다시 그려도 좋을 정도다. 주말이면 열심히 소문의 커피를 찾아다니는데도, 여전히 모바일 지도에 저장만 해두고 아직 가보지 못한 카페들이 남아 있다는 건 얼마나 벅찬 일인지.부산시는 ‘커피 도시 부산’을 도시 정체성의 하나로 삼아 왔다. 부산에는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우승자가 된 전주연 바리스타를 비롯해 국내 대회와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리스타들이 활동하고 있고, 저가 커피부터 스페셜티 커피까지 지역에서 시작해 탄탄하게 성장해 온 커피 브랜드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국내로 수입되는 생두의 95% 이상이 부산항을 거쳐서 들어온다고 하니, 부산과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광고광고커피를 좋아하는 부산시민으로서, 부산 커피 앞에서 나는 늘 못 말리는 팔불출이 된다. 타지에 사는 친구를 만날 때는 좋아하는 카페에서 맛있게 먹었던 커피 원두나 드립백을 선물로 사 갈 때가 많다. “야, 이게 보통 커피가 아니다.” 호들갑으로 시작한 맛에 대한 열정적인 묘사는 이런 원두를 소개하는 카페의 매력을 설명하는 일로 이어진다. 커피를 맛있게 마신 친구들이 부산에 놀러 왔을 때, 그 카페로 데려가 내가 느낀 감동을 그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까지가 부산 커피 영업의 완성이다.어쩌면 커피 한잔이 주는 복합적인 경험은 부산이라는 도시와도 닮은 데가 있다. 다양한 산지의 원두가 저마다 고유한 맛을 품고 있는 것처럼, 부산 또한 제각기 또렷한 생동감과 멋을 가진 동네로 이루어진 도시다. 바다만 해도 해운대, 광안리, 영도, 기장의 분위기가 각기 다르듯이. 커피 한 모금에 예상치 못했던 향과 맛이 펼쳐지는 것처럼, 부산 또한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도시다. ‘그러니 부산이 커피 도시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하면 너무 팔불출 같으려나.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나라인 한국에서 역시 가장 맛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계절은 지금이 아닐까. 여름은 부산을 여행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어서, 요즘은 시내버스에서 다양한 지역 말과 외국어를 쓰는 여행자를 자주 보게 된다. 마음 같아선 어디로 가는지 물은 다음, 그 동네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를 추천해주고 싶지만, 오지랖에 약한 소심한 팔불출은 속으로만 가만히 외치게 된다. “하필 이 습도에 오시다니…. 하지만 이럴 때 마시는 아아가 얼마나 맛있게요. 위가 허락하는 만큼 부산 커피 많이 마시고 가세요. 잊지 못할 여름의 맛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