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미국과 사우디 원자력 협정이 한국에 대해 ‘이중잣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의 뉴욕타임스 기사.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광고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어 잠재적인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는 농축 협상을 제대로 진전시키지 않아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각)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관련 기사에서 “사우디가 자국 영토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길로 이어질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왜 사우디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는 등 한국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그 기준을 사실상 깨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미국과 사우디는 지난 22일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른 원자력 협력 협정(123협정)에 서명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아직 사우디와의 핵협정 내용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이 협정에는 미국 기업이 사우디 내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우선 미국과 사우디가 2년간 공동연구를 한 뒤 사우디 내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할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것을 조건으로 요구하기도 했다.광고뉴욕타임스는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엄격한 안전조치를 수용했으며 26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오랜 기간 미국과 우라늄 농축 권리를 놓고 협상해왔는데 아직 원전을 건설하지도 않은 사우디가 잠재적 농축 권한을 확보한 것은 한국에 대해 이중잣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또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시비에스(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자국도 핵을 보유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지만, 한국 정부는 결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해왔다는 점도 짚었다. 북한 핵 능력이 점점 더 위험해지면서 한국 내에서 핵무장 여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정부는 원자력의 평화적·상업적 이용 측면에서 원전 연료의 원활한 공급과 사용 후 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농축·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정이 한국과 미국의 (원자력)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계속 한국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70년 된 동맹 관계에 깊은 균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광고광고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합의가 포함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는 지난 6월 초 농축·재처리 협상을 처음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투자가 지연된다는 미국의 불만과 쿠팡 문제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2차 협상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정부도 일단은 이번 협정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해 한·미 협상에 미칠 영향은 따져보겠다는 태도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 사우디 포함 여타국 간 원자력 협력 동향은 한·미 간 관련 협력에도 함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미국의 원자력 분야 대외정책 동향도 지속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광고미국이 사우디에 잠재적인 농축·재처리 보유의 길을 열어준 데는 미국 중동 정책에서 사우디가 핵심이라는 지정학적 요소와 미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짓지 않으면 사우디가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사우디 협정이 미국의 강경한 핵 비확산 태도를 바꾸는 선례가 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미국이 인도에 이어 사우디에서도 농축·재처리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기존 태도를 바꾸는 중요한 전례를 남긴 것”이라며 “한국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런 전례들을 강조하면서 원전 가동을 위한 평화적 목적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2008년 미국과 인도가 맺은 민간핵협정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핵무기까지 보유한 인도에 이례적으로 핵기술과 핵물질을 제공해 원전을 가동하게 허용했다는 점에서 이중잣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겨냥해 인도를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1987년 미국과 일본의 원자력협정도 일본이 이미 확보하고 있던 농축·재처리 기술을 미국이 인정한 예외적 조처다.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