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해 11월18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광고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한미 농축·재처리 협상이 늦어지는 가운데 한국에 ‘우호적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미국과 사우디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른 원자력 협력 협정(123협정)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가 아직 구체적 협정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사우디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2년 동안 공동연구를 통해 사우디 내에 우라늄 농축·재처리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그동안 일본을 제외하면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농축·재처리를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골든 스탠다드’를 고수해온 미국 원자력 정책의 큰 변화다. 일본만 거의 유일하게 피폭국이라는 특수성, 일본이 이미 농축·재처리 기술을 가지 장기간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예외를 인정받아 미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친 총량에 한해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에 ‘전략적 예외'를 인정했다면 한국의 평화적 핵연료 주기 권한 확대의 문이 조금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광고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미국 법률과 한미 원자력 협정 범위 안에서 한국의 농축·재처리 절차를 지지한다는 합의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명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초 한미 농축·재처리 협상을 처음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투자가 지연된다는 미국의 불만, 쿠팡 문제를 비롯한 한미간 갈등 사안, 한국의 농축·재처리를 우려하는 미국 내 ‘비확산’ 목소리, 미국-이란 전쟁 등이 겹치면서 한미 2차 협상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2차 협상은 이달로 예상됐으나 사실상 내달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광고광고이런 상황에서 나온 미-사우디 협정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큰 장애물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미국이 그동안의 강력한 비확산 정책과 골든 스탠다드를 처음으로 바꿔서 사우디에게 농축, 재처리 허용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한미 농축·재처리 협상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선 미국과 사우디의 협정을 한국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이 사우디에 잠재적인 농축·재처리 보유의 길을 열어준 데는 미국 중동 정책에서 사우디가 핵심이라는 지정학적 요소와 미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짓지 않으면 사우디가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미국과 협상에서 사우디 선례를 그대로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광고또한, 미국이 사우디에 농축 시설을 짓도록 하더라도 농축·재처리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미국이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블랙박스’ 형태라는 관측도 있는 상황이어서, 한미 협상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고려할 요소다.정부도 일단은 이번 협정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해 한미 협상에 미칠 영향은 따져보겠다는 태도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원자력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과 사우디 포함 여타국 간 원자력 협력 동향은 한미 간 관련 협력에도 함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미국의 원자력 분야 대외정책 동향도 지속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미-사우디 협정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핵 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국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농축·재처리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 역시 그 뒤를 따르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한국은 어디까지나 원자력의 평화적·상업적 이용 측면에서 원자력 연료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농축·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 차원에서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도 2004년에 비준했다.한국의 대미투자 진전이 한미 농축·재처리 협정을 진전시킬 중요한 동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 통상당국 간 대미투자 관련된 협의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고 구체적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되면 한미 관계 전반적인 부분, 원자력 협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광고박원곤 교수는 “미국 원자력 정책의 변화는 비확산보다는 대미 투자를 주시하는 트럼프 행정부라서 가능한 것”이라면서 “경제와 안보가 연계돼 있다는 게 트럼프 대외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에 한국이 대미투자와 안보 협상을 잘 맞물려 가면서 농축·재처리를 신속하게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