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마주 앉아있다. 리야드/UPI 연합뉴스 광고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실상 핵 보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파격적인 조건의 원자력 협정을 맺으면서, 중동 질서에 혼란이 예상된다.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의 ‘반발’과 사우디와 경쟁하는 아랍에미리트의 핵 보유 시도 등 여러 우려가 나온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각) 원자력 협정과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미 에너지부가 공식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높은 수준의 핵 안전, 안보,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부실하다. 미국은 2년간 공동 연구를 통해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은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에 우라늄 농축 등을 허용하는 원자력 협정을 맺었으나, 이들 나라는 이미 농축 기술을 보유했거나 사실상 농축 활동을 한 상태였다.광고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정이 중동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사우디를 미국 주도 질서에 묶어두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10년 이상 걸리는 원자로 건설과 그 이후 진행되는 원자력 기술 전수 등을 통해 양국 간 안보 및 상업적 유대는 장기간 강화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우디가 미국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시점에 주어진 ‘당근’이라고 평했다. 이란의 집중된 보복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해 경제적 불만이 팽배한 사우디를 핵 협정으로 보상하려 했다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는 비확산 제약 조건을 걸지 않은 중국의 원전 기술 도입을 타진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사우디가 미국이 아닌 중국과 원전 계약을 체결할 경우 미국의 중동 영향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추진한 중동 정책인 ‘아브라함 협정’이 미-이란 전쟁으로 더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자, 그 종착점인 사우디를 핵으로 유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가 추진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2020년 이스라엘이 수니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과 수교하며 성과를 냈지만 수니파 맹주 격인 사우디의 서명은 받지 못했다. 이후 아브라함 협정은 사우디의 핵 개발 요구와 가자 전쟁, 올해 2월 말 이란 전쟁까지 발발하며 사실상 와해 위기에 빠졌다. 이에 트럼프가 원자력 협정을 미끼 삼아 사우디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광고광고 이번 협정은 중동 전역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은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이란의 핵 개발을 제어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란이 미국과 종전 협상에서 핵 문제에 대해 사우디에 준하는 조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폐기는 물론이고 향후 우라늄 농축도 불허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보였는데, 이란의 라이벌인 사우디에는 우라늄 농축 등을 허용하겠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변 중동 국가들의 핵 개발을 자극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중동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이 ‘사실상 핵보유국’인 가운데 이란이 핵 보유를 추진하고 있고, 튀르키예와 이집트 등도 눈치를 살피고 있다.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특혜에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등이 불만을 표출하고 대등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2009년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에서 영구적으로 자체 핵연료 생산을 포기하고 엄격한 핵 사찰을 받기로 했는데, 사우디와 영향력 경쟁을 벌이는 아랍에미리트로서는 사우디의 특혜를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광고 헨리 소콜스키 전 미 국방부 핵 정책 담당관은 뉴욕타임스에 “이란의 핵 개발 이후 사우디에 핵연료 생산권을 준 것은 불로 불을 끄는 격”이라며 “모두가 핵 확산 연쇄 반응을 우려하고 있고 이렇게까지 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이 만연한 중동에 핵 확산 연쇄 반응을 자아낼 잠재력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