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4월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수도권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광고 박수진 | 사회정책·젠더팀장광고 평일 쉬는 날, 동네 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제일 북새통인 곳이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무인 문구점. 하굣길, 아이들은 무인 점포에 사로잡혀 있다. “오래 구경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요.” “여기 과자가 엄청 다양해요.”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 너머 계산대 옆 벽면에는 화난 글씨체가 휘갈겨져 있다. ‘○○월 ○○일, 결제하지 않고 포토카드 가져간 학생, △△일까지 결제하세요. △△일까지 계산하지 않으면 경찰서에 신고합니다.’ 경고 문구 옆에는 생활복 입은 중학생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이 크게 붙어 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모자이크 얼굴이 붙어 있을 때도 있다.광고광고 이 아이들이 점주가 경고한 때까지 물건값을 치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만 14살 이상이라면? 형법상 ‘절도’ 행위이긴 하지만 반복 범죄가 아니고 액수가 경미하다면 훈방 조치될 수도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만 10살)~중학교 1학년(만 13살)에 해당한다면?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만 10살 이상~14살 미만의 ‘촉법소년’은 사건이 신고되면 무조건 법원 소년부로 넘어간다. 액수가 5천원이든, 5만원이든, 초범이든, 재범이든 무관하다.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보통의 형사 사건에서처럼 경찰이 사전에 따져볼 수 있는 절차는 없다. 나중에 사안이 경미해 ‘심리불속행’으로 소년재판부에서 다루지 않아도 이 아이들은 모두 ‘촉법소년’ 범죄 통계에 잡힌다. 촉법소년 범죄가 흉포화됐다는데, 너무 ‘경미한’ 범죄를 예로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돼 법원 소년부로 넘겨지는 촉법소년의 죄명 가운데 최다 범죄가 ‘절도’다. 2020년 5123건에서 2025년 1만110건으로 1.97배 늘었다. 살인은 2020년 4건, 2021년 2건, 2022년 1건, 2023년 3건이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촉법소년의 살인은 없었다. 강도도 2020년 14건에서 2025년 6건으로 줄었다.광고 지난 4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제로 다룬 한 토론회에서 박선영 한세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최근 촉법소년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무인점포 절도, 킥보드 규정 위반 등 사회가 변화하면서 아이들이 범죄 환경에 더 쉽게 노출되면서 생기는 신종 범죄”라고 지적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현지현 변호사는 “무인점포 절도 사건은 대부분 피해액이 1만원, 5만원 수준이고,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도 많다”며 “이 모든 장면을 해석해 보면, 오늘날 촉법소년으로 넘겨진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용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만 19살 미만 아이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소년법이 다룬다. 특히 만 14살 미만 아이들의 범죄 행위는 소년법만 다룬다. 소년법은 쓴다.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중략)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검토해보라’는 지시에 따라 성평등가족부가 급하게 민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로 꾸린 ‘사회적 대화 협의체’(협의체)는 이 소년법의 취지를 충실하게 검토했다. 협의체는 “국가 차원의 통합 통계체계가 불충분하고 교정과 치료를 위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면 단순한 연령 하향만으로 범죄 예방과 재사회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연령 하향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과 5개 항목 24개 과제를 권고했다. 많은 비용을 들인 두달간의 숙의 끝에 내린 협의체의 ‘연령 하향 신중 권고’는 지난 14일 성평등부 국무회의 보고 뒤 “낮추긴 낮추되” 1살, 2살, 일부, 일괄 하향을 방향으로 제시한 대통령 한마디에 ‘도루묵’이 될 판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성급하게 하향하기 전에 권고한 제도를 실행해본 뒤 그 결과를 가지고 정책을 검토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소년의 건전한 성장”은 ‘소년공’ 대통령이 공들여야 할 일이 아닐까.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