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조성진 체임버 콘서트. 롯데콘서트홀 제공광고브람스 ‘클라리넷 삼중주 에이(a)단조’, 첼로의 아련한 선율을 곧 클라리넷과 피아노가 뒤따랐다. 첼로가 이야기를 던지면 클라리넷이 받고, 피아노는 때론 작은 소리로, 때론 선명하게 화답하면서도 적절히 거리를 유지했다. 1악장과 4악장에서 조성진의 강렬한 피아노 연주가 일부 엿보였지만, 대체로 첼로와 클라리넷 대화를 뒷받침하는 데 집중했다.1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는 솔리스트 조성진이 아니라 실내악 연주자, 앙상블 음악가 조성진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조성진이 오랫동안 교류해온 베를린필 음악 동료를 초대해 낭만주의 거장 브람스의 대표 실내악 3곡을 연주한 이날 공연은 시작부터 색달랐다. 조성진은 풍부한 표현력으로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서도 첼로와 클라리넷이 주고받는 대화에 조화롭게 스며들며 포근한 실내악을 빚어내는 데 주력했다.이어진 ‘호른 삼중주 이(e)플랫 장조’에선 피아노의 역할이 좀 더 강조됐다. 호른, 바이올린과 담백한 음색으로 어울리던 피아노는 3악장에선 조성진의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독주로 차분하면서도 우울한 선율을 만들었다. 여기에 호른의 따듯한 음색과 바이올린의 처연한 음색이 뒤따르며 브람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며 담아낸 따뜻한 애도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4악장에선 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세 악기가 한데 어우러지며 삶의 회복과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광고조성진 체임버 콘서트. 롯데콘서트홀 제공이날 공연에선 누구도 자신의 기교를 과시하려 하지 않았다. 베를린필 악장이자 세계적 솔리스트로 활약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가시모토 다이신,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호른 수석 슈테판 도어,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필 종신 단원이 된 비올리스트 박경민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가 한 무대에 섰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느껴졌다. 프로그램마다 혼신을 다해 연주했지만 기교보다 전체의 조화를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특히 조성진의 피아노는 자신의 소리를 앞세우며 전체를 주도하기보다 다른 악기들과 호흡을 맞추며 마치 금도를 지키려는 듯 세심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브람스 실내악 특유의 밀도 있는 화성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조성진은 공연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함께하는 연주자들은 오래전부터 협연해왔고,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가깝고 편안한 교류를 유지해온 분들”이라며 “실내악은 기술적인 수준보다 서로 간의 호흡, 음악을 대하는 서로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 말을 무대에서 증명한 셈이다. 이번 공연은 2026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조성진이 기획부터 프로그램 구상까지 책임졌다.광고광고조성진 체임버 콘서트. 롯데콘서트홀 제공솔리스트 조성진의 독보적인 피아노 연주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이날 무대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세번째 프로그램 ‘피아노 사중주 제1번 지(g)단조’에서 조성진은 진가를 유감없이 확인시켰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세 현악기가 빚어낸 우아한 음색과 피아노 선율이 주거니 받거니 조화롭게 운용됐는데, 앞선 두 프로그램보다 피아노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특히 4악장 ‘집시풍의 론도, 급하게’는 피아노와 세 현악기가 동시에 연주를 시작했지만 곧 조성진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현란하게 가로질렀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깊고 맑은 소리를 만들고, 온몸에 응축한 에너지를 발산하듯 거침없이 건반을 내리치며 피날레를 향해 치달았다.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고, 오랫동안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조성진 특유의 연주 스타일과 음악적 깊이는 19일 리사이틀 공연에서 오롯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날 4악장만으로도 그의 역량은 유감없이 드러났다.앙코르곡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이(e)플랫 장조’ 가운데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를 연주했는데, 피아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조성진의 손가락은 건반 위에 머물렀지만 마치 휴식을 취하듯 움직임이 아주 적었다. 반면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은 제 음색을 한껏 뽐냈다. 특히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는 손으로 현을 튕기는 피치카토를 선보이며 곡을 주도했고, 박경민의 비올라, 가시모토 다이신의 바이올린도 이에 뒤질세라 제 기량을 뿜어냈다.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