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타라스 필렌코 박사(왼쪽)와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여진씨(서울대 관현악과 2학년)가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독일문화센터에서 연주하고 있다. 천호성 기자 광고24일 저녁 서울 남산 중턱의 주한독일문화원 강당에서 검은색 우크라이나 전통 복장을 입은 노신사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미로슬라우 스코리크의 대표작 ‘멜로디’를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여진씨와 합주했다. 무대 뒤 화면에는 우크라이나 현대미술가 레온 후슈차의 그림 ‘상처입은 새’ 사진이 띄워졌다. 노랑·파란색으로 칠해진 다친 새의 형상과 연주자를 번갈아 바라보던 관객들은 처연한 곡조의 클라이막스에서 눈을 지그시 감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아 주한유럽연합(EU) 대표부가 연 이날 공연의 피아니스트는 우크라이나인 타라스 필렌코(68) 박사였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립음악원 지휘·성악학부 부학장 등을 지낸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모국을 전면 침공하자 교편을 내려놓았다. 이후 미국·남미·아프리카·중국 등 각국에서 100회 넘게 무대에 오르며 우크라이나 문화를 알리고 있다. 한겨레는 25일 서울 용산구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필렌코 박사를 만나 그가 지구촌 청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물었다. 민족음악학을 전공한 필렌코 박사는 자신의 공연 준비 과정에서 피아노 연주에 들이는 시간은 20% 정도에 그친다고 소개했다. 나머지 80%의 공은 24일 연주회처럼 관객에게 소개할 회화와 조형물,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 등을 준비하고 문화사 해설을 짜는 데 들인다. 우크라이나 문화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음악만 들려줘서는 낯선 공연으로만 남을 수 있어서다. 필렌코 박사는 “단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문화적 맥락 안에 놓고 소개하려 한다. 특히 각각의 곡과 감정적으로 가장 잘 연결될 수 있는 이미지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광고 우크라이나 문화와 현지 문화의 연결점을 찾는 것도 그의 관심사다. 19∼24일 엿새동안 서울·안동·부산에서 4번 공연하는 빡빡한 일정 중에도 국립민속박물관 등을 찾아 한국의 전통악기들을 살폈다. 한국의 가야금과 우크라이나 전통 현악기 반두라의 비슷한 점을 찾고는 24일 공연에서 이를 소개했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문화가 청중에게 낯선 것으로만 남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다. 필렌코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통만을 대표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연결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문화를 통한 소통에 힘쓰는 건 “문화는 한 민족의 뼈대”라는 믿음 때문이다. 문화가 형성되고 전수된 방식에는 민족이 겪은 역사가 배어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대 “(1991년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전까지) 수세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온 우크라이나의 경우 출판물·악보 등 전통적 표현 수단들이 억압되면서 구전의 전통이 더욱 중요했다. (민요 등) 구전으로 전해내려온 음악과 악기가 역사에 대한 기억을 품고있는 셈”이라고 필렌코 박사는 소개했다. 이어 “땅은 파괴된 뒤 복원할 수 있지만, 문화가 지워지면 한 민족 전체가 파괴된다”고 강조했다.광고광고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타라스 필렌코 박사가 25일 서울 용산구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한겨레와 만났다. 천호성 기자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4년 넘게 치르며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은 더욱 커졌다.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학교 수업 중 우크라이나어 사용이 금지되고 전통 복장이 단속 당하는 등 문화 억압의 조짐이 뚜렷한 탓이다. 필렌코 박사는 “만약 내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문화에 대한 사랑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지금처럼 전통 셔츠를 입는다면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충성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점령지에서는 우크라이나 예술을 ‘러시아 것’으로 바꿔 가르치는 “문화 강탈”도 심각하다고 그는 우려한다. 필렌코 박사는 “러시아는 (전쟁 초기 점령된) 마리우폴의 유서 깊은 극장을 파괴한 뒤 사람들이 이를 보지 못하도록 거대한 가림막을 세웠다. 이 가림막에는 러시아 예술가들의 모습을 그려넣었는데, 우크라이나의 민족 영웅인 타라스 셰우첸코까지 러시아 예술가로 소개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셰우첸코는 19세기 우크라이나의 문호로 현대 우크라이나어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필렌코 박사는 “러시아 제국은 그가 우크라이나어로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군사 감옥에 보냈는데, 오늘날의 러시아는 그를 자기 예술가로 ‘납치’한다”며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문화를 파괴하려는 시도에 맞서는 문화 전쟁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광고 그는 우크라이나 예술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본다. 키이우에서는 공습 경보 속에서도 여전히 하루 최대 17번의 음악회가 열리고, 오데사의 오페라 공연은 만석을 이룬다. 예술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한데 뭉칠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필렌코 박사는 “어떤 면에서는 전쟁이 다른 종류의 창조성이 태동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극심한 압박 속에서 예술이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심, 일종의 자석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예술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전했다.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대극장. 점령 당국은 가림막을 둘러쳤다. 타라스 필렌코 박사,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 제공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땅은 뺏을 수 있어도 문화는 못지워”…우크라 음악가의 서울 연주회 [인터뷰]
24일 저녁 서울 남산 중턱의 주한독일문화원 강당에서 검은색 우크라이나 전통 복장을 입은 노신사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미로슬라우 스코리크의 대표작 ‘멜로디’를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여진씨와 합주했다. 무대 뒤 화면에는 우크라이나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