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재즈 음악가 허비 행콕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광고“빰, 빰빰~ 빰빠빰~ 빰빰빰”노랫말이 없는 연주곡이었지만 수천명의 관객들이 입으로 멜로디를 따라 외쳤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밤. 그래미상을 14번이나 받은 ‘살아있는 재즈의 전설’ 허비 행콕(86) 무대의 마지막 곡 ‘카멜레온’이 시작되자 88잔디마당은 순식간에 환호로 가득 찼다. 1973년 앨범 ‘헤드 헌터스’에 실린 이 곡은 재즈가 펑크와 전자음향을 껴안으며 대중에게 다가간 순간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행콕은 어깨에 메는 키보드인 키타를 멘 채 무대를 누비며 연주자들과 즉흥연주를 펼쳤고, 가볍게 뛰어오르듯 리듬을 탔다. 노장의 몸은 무겁지 않았다. 90여분 공연 동안 행콕이 보여준 것은 오히려 장난기와 여유, 그리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실험정신이었다.관객들이 펼친 수많은 양산으로 장관을 이룬 공연장에 등장한 행콕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인사했다. 이어 “여러분은 우리 가족의 일부”라며 객석을 향해 웃었다. 행콕은 한쪽의 그랜드피아노와 다른 한쪽의 키보드를 번갈아 오가며 밴드를 이끌었다. 데빈 대니얼스의 색소폰, 제임스 지너스의 베이스, 리오넬 루에케의 기타, 제일런 페티노의 드럼이 함께한 퀸텟(5인조) 편성이었다.광고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재즈 음악가 허비 행콕(맨 왼쪽)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빗 커브 제공첫 곡 ‘워터멜론 맨’은 행콕의 데뷔 앨범 ‘테이킹 오프’(1962)에 처음 실린 대표곡이지만, 이날 무대에선 이를 재해석한 ‘헤드 헌터스’ 버전을 선보였다. 끈적한 그루브와 반복되는 리듬이 흐르자 관객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콕은 이어 ‘액추얼 프루프’를 소개하며 “모든 연주자가 자기 악기로 표현할 기회를 얻는 곡”이라고 말했다. 1974년 발표한 ‘스러스트’에 담긴 이 곡은 복잡한 리듬을 앞세운 재즈 펑크 곡으로, 각 연주자들의 즉흥연주가 10분 이상 이어졌다. 이 무대에서 행콕이 처음 키타를 메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그의 실험정신은 여전했다. 미발표곡 ‘펠릭스’ 무대에서는 목소리를 신시사이저와 결합한 보코더를 사용해 직접 노래하기도 했다. 무대에 앞서 그는 “제 진짜 목소리는 아니다”라며 웃은 뒤, 어린 소녀와 늙은 남자가 주고받는 형식의 곡이라고 설명했다. 보코더는 그가 1970년대 말 이후 즐겨 사용해온 도구지만, 이날은 과거의 향수보다 현재적 사운드 탐구에 가까웠다. 인간의 목소리와 기계의 음색이 겹치며, 재즈는 어느새 미래지향적 음악의 형태로 확장돼 있었다.광고광고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재즈 음악가 허비 행콕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빗 커브 제공후반부에 선보인 미공개곡 ‘시크릿 소스’는 앰비언트적인 공간감, 독특한 기타 톤, 전자음향과 즉흥연주의 결합이 두드러졌다. 행콕은 루에케를 소개하며 “이렇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느냐”고 감탄했다. 실제로 루에케의 기타는 현악기이면서 타악기였고, 때로는 목소리와 전자음향을 품은 제3의 악기처럼 들렸다. ‘이것이 재즈의 미래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이어진 ‘행 업 유어 행 업스’(1975)·‘로킷’(1983)·‘스파이더’(1976) 메들리는 관객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광고 음악으로 많이 사용해 대중에게 익숙한 ‘로킷’은 전자음악에 힙합 문화까지 끌어들이며 재즈의 확장성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그의 후기 대표곡이다. 지금도 수많은 후배 음악가들이 이 곡을 샘플링해 사용한다.광고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재즈 음악가 허비 행콕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빗 커브 제공마지막 곡 ‘카멜레온’이 끝난 뒤 행콕은 무대에 손자를 데리고 나와 관객에게 소개했다. 어린 손자가 무대 위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자 관객들은 다시 박수를 보냈다. 한 사람의 음악이 세대를 건너 이어진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공연의 여운이 됐다. 행콕은 “계속 공연을 보러 와달라.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이날 밤 공연장에 남은 것은 과거의 명곡 목록이 아니었다. 노장의 관록과 여유, 그리고 다음 세대로 건너가는 재즈의 생명력이었다.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노장은 멈추지 않았다…86살 허비 행콕이 보여준 재즈의 현재와 미래
“빰, 빰빰~ 빰빠빰~ 빰빰빰” 노랫말이 없는 연주곡이었지만 수천명의 관객들이 입으로 멜로디를 따라 외쳤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밤. 그래미상을 14번이나 받은 ‘살아있는 재즈의 전설’ 허비 행콕(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