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2026 한영애 50주년 콘서트―스노레인’에서 한영애가 노래하고 있다. 나무뮤직 제공광고“조율 한번 계속 잘해봅시다.”13~14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리는 ‘2026 한영애 50주년 콘서트―스노레인’ 첫날 공연에서 한영애가 마지막 앙코르곡 ‘조율’을 마치며 남긴 말이다. 이날 무대에 거창한 50주년 선언은 없었다. 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로 데뷔해 반세기를 노래한 가수는 자신의 노래 인생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고, 훈장처럼 내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노래하고, 춤추고, 또 노래했다. 이번 무대에는 지난 50년 동안 음악과 세상, 시대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맞춰온 한영애가 있을 뿐이었다.공연 전 스크린에는 50년 동안 한영애가 지나온 장면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흘렀고, 객석은 반세기의 기억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첫 곡 ‘회귀’가 울려 퍼지는 순간, 공연은 예측을 단숨에 벗어났다. 흰 드레스에 빨간 재킷을 입고 등장한 한영애는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 위에서 목이 아니라 온몸으로 소리를 밀어냈다. 탈춤을 떠올리게 하는 춤사위, 연극적 제스처, 무대를 가로지르는 몸짓은 그가 한동안 연극 무대에 섰던 사람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나무와 벤치 같은 소품은 공연장을 작은 극장처럼 만들었고, 무대는 한편의 1인 음악극처럼 흘러갔다.광고5인조 밴드는 키보드 둘을 앞세워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한영애의 목소리는 그 위에서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다가도, 어느 순간 즉흥적인 스캣을 구사하며 자유로움을 드러냈다. 노래를 마친 그를 향해 객석에서 “언니”라는 외침이 터져 나올 때마다 그는 웃음과 몸짓으로 응답했고, 그 호응마저 자연스럽게 무대의 일부가 됐다.공연 중반에선 오래된 노래를 낡지 않게 만드는 한영애의 힘을 보여줬다. ‘사의 찬미’는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라는 역사적 무게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앰비언트풍으로 새롭게 편곡됐다. 익숙한 멜로디는 희미한 안개처럼 번졌고, 한영애의 목소리는 그 사이를 낮게 떠돌았다. 죽음을 향한 비가라기보다 오래된 시대의 공기를 현재로 다시 불러내는 의식처럼 들렸다. ‘건널 수 없는 강’과 ‘봄날은 간다’를 지나 공연 제목이기도 한 신곡 ‘스노레인’에 이르자 무대는 다시 현재형이 됐다. 밴드 부활의 김태원이 작사·작곡한 이 곡은 슬픔과 그리움, 아름다움이 한데 섞인 록 발라드다. 한영애는 연극적인 몸짓으로 곡의 정서를 펼쳐내며, 50주년이 결산이 아니라 새 출발임을 보여줬다.광고광고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2026 한영애 50주년 콘서트―스노레인’에서 한영애가 노래하고 있다. 나무뮤직 제공공연 후반부 검정 드레스로 갈아입고 나온 한영애는 히트곡 ‘말도 안돼’로 객석을 달궜다. “서로의 가치기준/ 어디에다 팽개치고/ 너 몰라라 나 몰라라/ 눈 귀 막고 따라가며/…/ 말도 안돼 말은 되지/ 말도 안돼 말은 되지”라는 가사가 묘하게 공연장 밖 잠실 개표소 시위 상황과 겹쳐졌다.이날 한영애는 지드래곤의 ‘무제’와 ‘삐딱하게’를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무대를 흔들었다. 젊은 세대의 노래를 기념 공연의 장식처럼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동시대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음악가의 실험이었다. 객석의 반응이 커지자 그는 “역시 케이(K)팝이 좋군요. 저도 케이팝인데”라며 웃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장르와 세대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어온 한영애의 태도가 담겨 있었다.광고막바지 히트곡들이 이어지자 공연장은 거대한 합창의 공간이 됐다. ‘누구 없소’에서는 객석이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보탰고, ‘코뿔소’에서는 한영애 특유의 원초적인 에너지가 폭발했다. 그는 무대를 지루하게 두지 않았다. 한 곡 안에서도 몸의 방향, 시선, 손짓, 호흡을 계속 바꾸며 객석의 반응을 조절했다. 과장되지 않았지만 강렬했고, 자유로웠지만 흐트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보컬이었다. 21곡을 부르며 2시간을 넘긴 공연에서 목소리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낮게 긁히는 허스키함, 깊은 울림, 즉흥적으로 튀어 오르는 스캣을 오가며 무대를 장악했다.마지막 ‘조율’ 무대 전 한영애는 비로소 ‘50’이란 숫자를 짧게 언급했다. “많은 분들이 50년 동안 저를 혹시 지켜봐 주셨을까요? 너무너무 영광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길지 않은 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짧음 때문에 더 깊게 남았다.이번 투어는 8월22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8월23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10월24일 대전 우송예술회관으로 이어진다.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