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클립아트코리아 광고우리나라의 성인 열 명 중 여섯 명은 책을 읽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답한 성인이 무려 61.5%에 달했다. 어쩌다 한국은 이렇게까지 독서와 거리가 먼 나라가 되었을까? 분명 어릴 적에는 동화도, 청소년 소설도 즐겁게 읽었을 텐데. 어째서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어른으로 자라게 됐을까? 사실 어느 날 갑자기 책을 싫어하게 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자라는 내내 책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차곡차곡 쌓아왔다는 말이 더 옳다. 한국인은 독서를 멀리하도록 아주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집단이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독후감이다.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쓸 말이 하나 없다며 고민하다가, 주인공의 일대기만 구구절절 적어 내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광고 흔히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의 독해력이나 글쓰기 실력이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독후감이 필력 향상보다 ‘독서를 싫어하는 마음’을 키우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만약 드라마를 볼 때마다 500자 이상의 감상문을 남겨야 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재미있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예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기는 힘들 것이다. 독후감을 써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다.광고광고 또 하나의 주범은 바로 필독 도서다. 우리는 매년 ‘유익한 책’의 목록을 접하며 자랐다. 같은 책이라 해도,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만 고집하는 아이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 ‘성장기에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 시리즈’를 통해 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일이 흔했는데, 엄청난 책벌레였던 나에게도 꽤 고역이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내재적 동기는 과도한 통제나 보상이 개입될수록 약해진다. 즉, 필독 도서를 지정하고 그 책을 읽은 아이에게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광고 가끔은 ‘아이가 책을 읽긴 읽는데, 판타지만 읽어요’라는 학부모의 고민을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잘된 일이라고 답한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이야기에 자기만의 상상을 덧입혀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다. 거부감 없이 활자를 읽고 마음껏 상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니, 이보다 좋은 독서 교육이 또 있을까? 아이들은 보통 책을 고르는 일에 서툴기 마련이다. 그림으로 가득 찬 만화만 집어 들거나, 성인 독자를 위해 쓰인 두껍고 어려운 도서를 골랐다가 몇 단락도 읽지 못한 채 흥미를 잃곤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어떤 책을 읽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책을 고르는 데 실패하는 것 또한 독서의 한 과정이다. 우리는 ‘필독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던 아이들’이 ‘책 읽을 여유가 없고 딱히 쓸 말도 없는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을 보았다. 그러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후련함을 알려주는 데 더 집중할 때다. 유익한 책보다 더 깊이 남는 것은 행복한 기억이니까. 군자의 도리나 군주의 덕목을 배울 시간은 앞으로도 충분하다. 송혜교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작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