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공간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광고 이은주 | 청소하는 사람광고 사람들이 내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청소한다”고 답한다. 나는 입주 청소와 모텔 청소를 했고, 지금은 ‘노래타운’이라고 부르는 단란주점에서 청소와 주방 일을 하고 있다. 입주 청소를 할 때는 사장님이 아침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집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현장에 도착하면 트렁크에서 청소기와 세제, 걸레, 대야, 밀대 같은 도구들을 내리며 일을 시작했다. 새집이면 깨끗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타일 공사 후 남은 본드와 접착제 자국을 헤라로 일일이 긁어내야 했다. 뜨거운 물로 벽과 바닥을 문지르다 보면 손목과 팔꿈치가 시려 왔고, 벽에 손을 부딪치며 손가락 관절은 점점 굵어졌다. 쪼그려 앉아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릎 통증도 심해졌다. 가장 힘들었던 건 숙련자들의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제시간에 끝내지 못한다는 압박감에 마음이 급해졌고, 때로는 자책감도 들었다.광고광고 화학 세제와 락스도 복병이었다. 장갑은 꼈지만 날이 더워 마스크를 자주 벗곤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독한 세제를 계속 분사하며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도 단란주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때면 간 맞추기가 어렵다. 그 시절엔 퇴근하고 집에 와 몇번을 씻어도 손에서 락스 냄새가 오래도록 빠지지 않았다. 모텔 청소는 밤에 했다. 손님이 퇴실하면 곧바로 방에 들어가 침대 시트를 갈고 화장실과 바닥을 치웠다. 샴푸와 린스, 수건과 음료를 채워 넣는 일도 내 몫이었다. 바쁜 날엔 실장님이나 카운터 이모가 거들어주어 수월했지만, 혼자 하는 날은 진땀을 뺐다. 시트를 팽팽하게 끼우는 요령도 부족했고, 침대 모서리에 각을 맞춰 정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손님이 몰릴 때는 청소 속도보다 객실 회전 속도가 더 빨랐다. 그럴 때면 땀에 젖은 채 복도를 뛰어다녔다.광고 어떤 방은 문을 열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먹다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가 뒤엉켜 침대와 바닥을 어지럽힌 모습을 보면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어 욱하고 화가 치밀었다. 방 청소가 끝나도 분리수거와 세탁물 정리가 줄을 이었다. 지금 일하는 단란주점에서도 일과는 비슷하다. 출근하면 먼저 방 청소부터 시작한다. 마이크와 노래방 책을 정돈하고 빈 병과 컵, 접시를 치운다. 바닥은 빗자루로 쓸고 술이 흘러 끈적이는 곳은 여러번 닦아낸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은 아니지만 냄새는 힘들다. 어떤 손님들은 바닥에 구토를 해 놓고 간다. 토한 것을 보는 순간 집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온다. 여러번 닦고 탈취제를 뿌려도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밤새 밀폐된 방에서 숙성된 우유 냄새도 견디기 힘들다. 병이나 컵이 깨져 사방에 파편이 널린 날도 허다하다. 한번은 쓰레기를 정리하다 깨진 술병에 엄지손가락을 깊게 베였다. 지금도 손을 쓸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찾아오곤 한다. 이곳에서는 청소만 하는 게 아니다.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 술과 음료를 채우는 주방 일도 겸한다. 최근에는 새 싱크대를 들인 기념으로 그릇 물받이와 하수구를 하루에 한번씩 꼭 씻고 있다. 반짝반짝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내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얼마 전에는 만취한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요금을 설명하자 내게 “미쳤냐”고 소리를 질렀고, 너무 취하셨으니 다음에 오시라 타일렀더니 “아가리 닥쳐라”라며 손가락 욕을 해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30~40분간 실랑이를 했지만 상처받진 않았다.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사람이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광고 나는 청소하는 일이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청소 일을 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청소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동과 노력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공간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든 공간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고 한다. 대단하게 청소를 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는 말자는 마음은 있다. 더럽게만 쓰지 않아도 청소하는 사람은 훨씬 덜 힘들다. 별일 아닌 것 같은 작은 배려가 누군가의 노동을 덜 힘들게 만든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엉덩이를 흔들며 신나게 그 자리를 정리한다. 인생은 즐겁게, 청소도 즐겁게.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