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9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포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8월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인텔에 지원한 정부 보조금 89억달러를 지분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조처로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자국 최대 반도체 기업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자유시장경제 선도국인 미국이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잇따라 인텔에 대한 투자와 협력 계획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하고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사 제품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창업자는 차세대 반도체 공장 테라팹에 인텔 기술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애플과 인텔의 협력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에스엔에스에 “마침내 애플이 인텔과 협력해 미국에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물밑 조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팀 쿡 등 기술업계 최고경영자들에게 인텔과의 협력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정권 핵심부가 기업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한 셈이다.광고 ■ 기업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산업정책과도 결이 다르다. 당시에는 반도체법을 통해 현금 보조금과 세액공제,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부 역할을 다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해당 기업에 고객까지 주선해주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지금껏 미국식 자본주의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시장에 맡겨야 할 자원 배분 과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비효율과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미국에서도 정부 개입은 있었지만, 전쟁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금융위기 등 비상 상황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현재 10% 수준인 반도체 자립도를 임기 내에 50%로 높이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요 중 절반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마치 중국이 2015년 ‘중국제조 2025’에서 10년 내 반도체 자립도 70% 목표를 제시한 걸 떠올리게 한다. 미국은 1980년대에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개입 정책을 폈는데 그때와도 개입 방식이 다르다. 미국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무섭게 세계 시장을 장악해가자 1986년 일본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일본 내 외국산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높이고, 일본산 반도체의 수출 시 저가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1987년엔 일본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보복관세를 매기며 압박했다. 당시엔 주로 통상 압박을 활용했다면, 지금은 아예 정부가 기업 경영에까지 개입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단기간에 확대하겠다고 한 것이다.광고광고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토종 기업을 ‘국가 챔피언’으로 키우는 한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미국 공장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대만을 압박해 관세를 15%로 낮춰주는 대신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았다. 티에스엠시가 미국에 25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대만 정부는 반도체 부품업체들을 미국으로 이전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25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수백개의 대만 기업들이 미국으로 올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거대한 반도체 산업단지를 건설할 것”이라며 “목표는 대만 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정책은 미국의 위기의식이 훨씬 커졌음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일본의 추격에 대해서도 당시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며 경계했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적 차원의 문제였다. 반면에 현재 중국은 경제적·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특히 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공지능 시대 첨단산업과 첨단무기의 우열을 가르는 초크포인트로 여겨진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의 90%를 티에스엠시에 의존하고 있는 점, 그리고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런 위기의식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반도체 정책은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안보 전략의 성격을 띤다.광고 ■ 1930년대 닮아가는 산업정책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외에 핵심광물, 원전 등 분야의 기업 지분을 확보하며 전략 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방부까지 직접 나섰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생산 기업인 엠피머티리얼스에 4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7.5%와 지분 7.5% 추가 매수 옵션을 확보했다.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강화되자 지난해 말에는 벌컨 엘리먼츠 등 광물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아울러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8%를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니콜라스 멀더 미국 코넬대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5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민간 기업과 자원을 국유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기고문에서 “지정학적 불안정, 상품시장 혼란, 재생에너지 개발이 국유화 물결을 부추긴다”며 “많은 정부가 개입주의적 경제 정책을 채택함에 따라 국유화 물결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00년간 세계가 크게 4차례 국유화 물결을 경험했다고 분류한다. 대공황 시기였던 1930년대, 2차 세계대전 이후 혼합경제 체제 확산, 1970년대 에너지 충격, 그리고 2020년대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현재는 1930년대와 유사성이 많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산업 부흥을 통한 경제 회복 및 사회적 안정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강화를 목표로 했다. 대공황과 보호무역주의, 전쟁 직전의 불안 속에서 자국 내 생산 기반 복원과 전략 물자의 자급력 확대에 집중했다.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설립자이자 ‘빅사이클’의 저자인 레이 달리오는 지난해 9월 파이낸셜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가 간 갈등이나 전쟁이 임박한 시기에는 정부가 기업과 경제를 더 직접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기술과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지정학과 군사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빅사이클 국면은 1928~1938년 시기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 반도체 자립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투자 붐이 지금까지는 인텔 회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인텔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5배 넘게 급등했다. 여기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과 주요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 티에스엠시 등 기존 업체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제품력이 한 단계 떨어지는 인텔 제품에까지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진화하면서 중앙처리장치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인텔에는 호재다.광고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등 결정적인 기술 전환기에 경쟁 대열에서 밀렸던 기업이 단시일 안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8나노급 첨단 공정인 ‘18A’의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고객사로부터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들도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 인텔과 협력 방침을 밝히지만 첨단 제품에까지 인텔 칩을 장착하기는 어렵다. 애플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구형이 사용되는 노트북 칩 일부에 인텔 칩을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변수다. 중국은 강력한 리더십 아래 장기적으로 발전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반면, 미국은 정권 교체에 따라 산업정책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5월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 증설 행사에 참석해 “당장 부과될 관세는 없다”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가 끝나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관세를 활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한테 다시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겠다는 얘기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반도체 자립 명분, 기업 반국유화…시장 휘젓는 ‘트럼프의 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8월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인텔에 지원한 정부 보조금 89억달러를 지분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조처로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자국 최대 반도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