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공격 쪽 지분율 우위와 방어 쪽 이사회 우위가 공존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2026년 3월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광고최근 1~2년간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일 것이다. 2024년 9월 영풍과 엠비케이(MBK)파트너스는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했고, 경쟁이 붙자 가격은 83만원까지 뛰어올랐다. 공개매수 직후 영풍·MBK 연합 지분은 38.47%(최윤범 회장 우호지분은 약 34%)로 높아졌지만 곧바로 경영권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2026년 3월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최 회장 쪽과 우호주주가 추천한 후보 3명, 영풍·MBK 쪽 후보 2명이 선임돼 양쪽의 우호이사 구도는 9 대 5로 좁혀졌다. 공격 쪽 지분율 우위와 방어 쪽 이사회 우위가 공존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이 분쟁이 더 큰 관심을 받은 데는 홈플러스 사태도 한몫했다. 홈플러스가 2025년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주주 MBK의 투자 책임과 기업회생 능력이 논쟁의 대상이 됐다. 별개의 거래이지만, 한 투자자의 과거 성적표가 다음 M&A에서 명분과 신뢰의 비용으로 돌아온 것이다.광고 한국형 경영권 분쟁은 대체로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외부 세력의 적대적 공격형이다. 사모펀드나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집중 매집한 뒤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는 형태다. 고려아연-MBK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오너 일가의 내부 분열형이다. 창업주 사후 상속·승계·지분 정리가 흔들리며 형제, 남매, 부자간 다툼이 이사회 장악전으로 번지는 경우다. 한미약품과 콜마홀딩스의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행동주의 펀드·소수주주 압박형이다. 케이씨지아이(KCGI)의 한진칼, 얼라인파트너스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사례처럼 소수 지분을 바탕으로 이사회 진입, 주주제안, 의결권 대결을 시도하는 유형이다. 이 세 유형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오너 일가의 내부 갈등이 외부 자본의 진입 통로가 되고, 행동주의의 압박이 다시 우호지분 재편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누가 이사회 의제를 설정하고, 누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경영권 분쟁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지분 구조, 법률 구조, 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흔들리는 연쇄 반응이다. 광고광고 고려아연이 특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이 사건을 통해 한국에서도 대형 우량기업을 상대로 한 적대적 M&A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전에는 적대적 인수가 가능하더라도 실제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자본시장의 유동성, 사모펀드의 조달 능력, 행동주의 자본의 확산, 주주권 행사의 제도적 정당성이 결합되면서 경영권 방어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격받는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최대주주 지분은 낮고 우호주주는 불확실한데, 현금과 자사주는 많고 주가는 본질가치에 못 미치는 회사다. 배당과 투자 원칙이 모호하고 계열사 거래나 승계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면 더 좋은 표적이 된다. 행동주의 펀드는 ‘회사를 빼앗겠다’가 아니라 ‘주주의 돈을 제대로 쓰라’는 명분으로 이런 틈새를 치고 들어온다.광고 한국형 분쟁에서는 법원이 또 하나의 전장이다. 신주발행과 자사주 처분, 의결권 제한, 임시주총 소집을 둘러싼 가처분 결정은 때로 공개매수보다 먼저 승기를 가른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기관, 의결권 자문사, 소액주주 플랫폼도 단순한 관전자에 머물지 않는다. 결국 주주총회 표 계산지에는 지분율뿐 아니라 법원의 판단, 우군의 이탈 위험, 여론 방향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면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답은 하나가 아니다. 이사회를 장악한 ‘통제권의 승자’, 높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한 ‘투자의 승자’, 분쟁 뒤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인 ‘회사의 승자’가 서로 다를 수 있다. 한진칼에서는 조원태 회장 쪽이 경영권을 지켰지만, KCGI도 지배구조 문제를 공론화하고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해 투자 회수의 길을 열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직접 차지하지 않고도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와 이사회 개편을 끌어냈다. 반대로 이사회를 지켰더라도 연구개발과 투자가 지연되고 핵심 인력이 떠났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패배다. 승패를 가르는 첫째 조건은 지분의 양보다 연대의 질이다. 전략적투자자, 기관투자자, 외국인, 소액주주가 왜 자기편에 서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둘째는 시간이다. 공개매수, 가처분, 임시주총, 이사 임기의 순서를 선점한 쪽이 적은 지분으로도 판세를 바꾼다. 셋째는 명분이다. 기존 경영진은 자신들이 계속 경영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이유를, 공격자는 인수 뒤 고용·투자·배당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마지막은 지구력이다. 장기전에는 자금뿐 아니라 조직 안정과 평판이 필요하다. M&A 전략의 교훈도 분명하다. 공격자는 주식을 사기 전에 인수금융, 이사 후보, 이해관계자 지도, 인수 뒤 100일 계획과 출구전략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방어자는 분쟁이 터진 뒤 애국심이나 창업정신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 평시에 주주 구성을 분석하고 승계 합의를 문서화하며, 자사주·내부거래·자본배분 원칙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우호주주도 단순히 지분을 묶어두는 백기사가 아니라 사업적 이해를 공유하는 장기 파트너여야 한다.광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2025년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했다. 이제 경영권 방어책도 대주주에게 유리한가가 아니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한가로 심판받는다. 방어를 위해 회삿돈을 쓰거나 특정 우군에게 유리한 거래를 설계했다면, 그것이 회사와 총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주식은 사유재산이지만 회사는 지배주주의 개인재산이 아니라는 원칙이 더 선명해졌다. 손자는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놓고 싸운다고 했다. 가장 강한 방패는 포이즌필(독약 조항) 같은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공격자가 파고들 틈을 없애는 좋은 지배구조다. 지분은 무기이고 법률은 전술이며 명분은 전략이다. 그러나 전쟁 이전부터 축적해야 하는 궁극의 자산은 신뢰다. 경영권 분쟁의 진짜 승자는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분쟁이 끝난 뒤에도 더 좋은 회사를 남긴 사람이다. 반영은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uokiok11@gmail.com반영은은 1992년 1월 산업은행 국제금융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20년 M&A실장까지 주로 M&A와 사모투자펀드 업무를 담당하며 현대건설·하이닉스 등 대형 딜의 매각 자문, 금호아시아나그룹·현대그룹·동부그룹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 M&A 업무를 수행했다. 2005~2008년, 2017~2020년 두 차례 산업은행 뉴욕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며 미국 금융시장에서 M&A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등 선진 금융시장을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