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광고차남 대학 편입 특혜 의혹, 보좌진 사적 동원 의혹,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유용 의혹….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지난해 9월부터 수개월간 추적 보도한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현 서울 동작갑 무소속 의원) 관련 비위 의혹이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라는 권력을 겨눈 보도로 뉴스타파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 등 특종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그러나 보도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고도 기사가 수차례 보류됐다.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보도를 6개월 이상 미루자는 요구도 있었다. 기자들은 어렵게 취재한 정보 일부를 타 언론사에 조건 없이 넘겨야 했다. 특종은 빛났지만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갈등과 상처로 얼룩졌다.광고보도 과정을 조사한 ‘뉴스타파 독립언론실천위원회’(노사 공동 기구)는 해당 사건이 고의적 보도 방해는 아니지만 뉴스룸 내 소통 실패는 맞다고 지난 2월 결론 내렸다. 특히 “외부적으로 큰 성과를 냈지만 취재·보도 과정에서 뉴스룸 내부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긴”(조사보고서)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간 외부에 비공개했던 조사보고서를 1일 한겨레가 입수해 짚어봤다.전말은 이렇다. 뉴스타파 ㄱ기자와 ㄴ기자는 김병기 의원 차남의 대학 편입 특혜 의혹을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사의 추적 보도는 미미했고, 김 의원은 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9일, 후속 보도를 준비하던 두 기자는 뜻밖의 요구를 받는다. 당시 보도책임자였던 한상진 전 총괄과 강아무개 취재팀장이 ‘판을 키우려면 취재한 정보 일부를 다른 언론사에 넘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한 전 총괄은 또 ‘2026년 지방선거가 적기’라며 보도를 6개월 넘게 유예하자는 안도 제시했다.광고광고현장 기자들은 ‘전략적 타이밍’을 이유로 후속 보도를 반년 이상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또 어렵게 취재한 정보를 다른 언론사에 일방적으로 넘겨야 할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결국 윗선 지시에 따라 취재 정보를 특정 언론사에 넘겼지만, 협업은 무산됐다. 현장 기자들은 이 과정에서 “극심한 좌절감”을 겪어야 했다. 조사위 역시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후속 보도는 한동안 표류하다 11월24일 한 전 총괄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편집회의에서야 발행이 확정됐다.‘김병기 아내 법인카드(법카) 유용 의혹’ 보도도 기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유예됐다. 지난해 12월12일, 기자들은 김 의원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을 찾았다고 사내에 보고했다. 김 의원 아내가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정황이 담긴 조진희 전 서울 동작구의원 통화 녹취를 입수한 것이다. 그러나 한 전 총괄은 이 역시 두차례 보도를 보류했다. 조사보고서를 보면 ‘내 취재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검찰의 별건 수사식 보도는 옳지 않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광고실랑이 도중 다른 언론사의 단독 기사가 나오면서 양쪽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12월17일, 시비에스(CBS)는 김 의원이 자신과 사이가 틀어진 전직 보좌관의 인사 불이익을 쿠팡에 청탁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기사를 본 한 전 총괄은 ‘관련 의혹을 먼저 알았는데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기자들을 질책했다. 법카 의혹 등 다른 쟁점에 매달리느라 더 중요한 특종을 빼앗겼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불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기자들은 소통을 포기하고 한 전 총괄을 우회해 박중석 뉴스타파 대표와 면담했다. 박 대표가 법카 의혹 보도를 결정하자 한 전 총괄은 보직을 사퇴했다.조사위는 일련의 보도 판단에 모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봤다. 편입 의혹 후속 보도에 관해선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 유예 권유는 취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법카 의혹 보도에 대해선 “이렇게 증명력 높은 녹취가 편집회의에서 보류된 적은 없었다”고 평했다. 타사로 단독 취재 정보를 넘기라는 제안 역시 “저널리즘적 상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조사위는 이런 문제가 “치열한 토론 대신 지시와 불응, 불신만이 자리 잡은 경직된 뉴스룸 문화”의 단면이라고 판단했다.뉴스타파 노조(전국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는 이번 사안이 보도책임자 견제 장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앞서 노조는 관련 성명을 내어 “외부 압력과 무관하게 보도 책임자의 자질과 역량, 기질만으로도 제작 자율성과 콘텐츠 생산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뉴스룸 견제 장치 없이는 이런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보도책임자 중간투표제’를 요구했으나 아직 사쪽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쪽은 ‘독립언론에 불필요한 제도’라며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한편, 한 전 총괄은 일련의 판단이 보도 파급력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는 입장이다. 차남 편입 의혹 보도 유예에 대해선 “사안이 묻힐 우려가 커 추이를 지켜보자는 뜻일 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법카 의혹 보도 유예에 대해선 “기사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급한 것(인사 불이익 청탁)부터 취재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타 언론사와의 ‘협업’도 “지시가 아닌 제안”이었으며 “기자들이 반발한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자들은 “데스크 승인 없이 기사가 나가기 어려운 뉴스룸 구조하에서 데스크 요구를 어떻게 제안으로만 이해하겠느냐”며 “애초에 기자들이 원한 건 보도의 완결성이나 취재 윤리 등을 다루는 저널리즘적 토론이었다. 그런 내용이 아닌 정무적 타이밍 등으로 기사를 보류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반박했다.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