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기준치를 넘어선 납 성분 검출, 환기 장치 미흡 등 안전 조처 위반 사항 88건이 적발된 디엔(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의 내부 모습. 금속노조울산지부 제공광고박정임 |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지난 2월 울산의 한 배터리 공장에서 불거진 납 노출 사태는 우리 산업보건 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노출 기준 초과와 환기 시설 부실이라는 현장 관리의 실패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특수 건강진단을 앞두고 혈중 중금속 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의료 행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노동자 건강 보호의 최전방에 선 산업보건 제도가 오히려 데이터 왜곡을 통해 위험을 은폐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이 사건을 특정 사업장의 일탈이나 일부 의료기관의 비윤리적 행위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자문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은 ‘왜 이 촘촘해 보이는 감시망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는가’이다. 유해인자 노출을 감시하는 작업환경 측정과 노동자 건강 상태를 살피는 특수 건강진단이 왜 제 기능을 못 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것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제도 설계 자체의 구조적 결함에 맞닥뜨리게 된다.광고가장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직접 계약에 따른 이해상충’이다. 현재 산업보건 서비스는 민간계약 시장의 논리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평가를 받아야 할 사업주가 평가자의 생계(수수료)를 책임지는 구조에서 전문가의 독립성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이해상충은 유해인자 노출 수준이 행정처분이나 보상 문제와 직결될 때 더욱 심화한다. 결국 서비스의 목적이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 ‘문제없는 결과표 작성’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정직하게 위험을 드러내는 기관이 시장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면, 그 제도는 이미 공공성을 잃은 ‘서류용 서비스’일 뿐이다.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적 중개 모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사업주와 전문기관 사이 직접적인 계약 고리를 끊어내는 방식이다. 사업주는 법정 비용을 부담하되 기관을 직접 선택하지 않고, 공적 기구나 산업별 공동기금이 사업장의 업종과 노출 이력을 고려해 기관을 배정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전문기관이 사업주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하여 오직 데이터와 전문성에만 집중하는 토대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광고광고공적 중개 모델은 단순한 계약 방식의 변화를 넘어, 흩어진 산업보건 데이터를 통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와 특수 건강진단 자료를 연계할 수 있다면 보다 과학적인 ‘조기경보 체계’ 구축도 가능해진다. 특정 사업장의 생물학적 노출 지표가 반복적으로 높게 나타나거나 두 측정 자료가 불일치할 경우, 시스템이 이를 포착해 정밀 조사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적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산업보건의 본질은 서류상 깨끗한 숫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가 병들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고 그 뿌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혈중 납 농도라는 숫자는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노동자의 몸에 남은 노출의 기록과 무너진 제도의 신뢰까지 지울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를 가리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위험을 투명하게 드러낼 독립적인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숙의다. 공적 중개 모델은 그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