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경기 안산시에 있는 블루밍 세탁소 내부. 경기도 제공광고김동수 | 르포작가·‘유령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 저자 2021년 경기일보와 인터뷰한 박진호(가명)씨는 안산 반월·시화산단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그는 곧장 세탁기 앞으로 갔다. 작업복에 묻은 쇳가루와 황산, 분진 등을 한시라도 빨리 씻어내기 위해서였다. 가족들의 옷과는 따로 빨았지만, 결국 같은 세탁기를 쓰기에 정말 안전한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세탁기에 남은 유해물질이 혹여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몰라 불안했다.그의 불안은 과도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직업성 중피종 감시체계 구축 및 운용’에는 박씨와 닮은 사례가 나온다. 악성 중피종에 걸렸던 60대 가정주부 ㄱ씨가 그랬다. 그는 40년 전에 석면 솜을 운반하는 배우자의 작업복을 집에서 2년간 세탁했다. 연구진은 그 행위로 인해 중피종이 발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석면이 중피종 발생의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석면으로 국한한 역학조사이기는 하지만, 작업복에 묻은 유해물질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광고박씨가 인터뷰한 날로부터 1년 반쯤 뒤, 그에게 필요했던 작업복 세탁소가 안산에 생겼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예산을 반반씩 대서 조성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작업복 세탁소를 도입한 지자체는 경기도에서는 파주시, 화성시 등 일부에 불과하고,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턱없이 적다. 민주노총이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산업단지 노동자를 위한 정책 요구사항으로 작업복 세탁소의 도입을 주장한 이유였다. 소수 지자체의 노동 복지 정책을 모든 지자체로 확대하자는 취지였다.사실 작업복 세탁은 사업주의 책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석면, 분진, 황산 등에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할 시설을 사업장 안에 갖추도록 규정한다. 그럼에도 영세 사업장들은 이 의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점이다. 애초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잘했다면, 작업복 세탁소 도입이 지방선거 의제로 등장했을까.광고광고이처럼 작업복 세탁소를 더 많은 곳에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는 사이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작업복 세탁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박씨가 품었던 불안은 이들에게도 해당한다. 아니, 더하다. 박씨는 본인의 작업복을 집에서 한벌만 빨면 됐지만, 세탁 노동자는 박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보내온 수십, 수백벌의 작업복을 매일 취급해야 한다.이러한 우려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21~2023년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를 보면, 청소·세탁 직군 노동자의 호흡기 암 발병 위험이 일반 노동자보다 2배 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철소의 작업 특성상 배출되는 고로 가스와 흄 등의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결과다. 여기서 더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그동안 제철소가 청소·세탁 업무를 ‘협력사’에 맡겨 왔다는 사실이다.광고현재까지 지자체가 설치한 작업복 세탁소들도 위탁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보통은 이윤보다 사회정의를 앞세우는 사회적기업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이 수탁기관으로 선정되지만, 위탁 계약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업 예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은 위탁기관에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세탁소 안전 관련 예산을 최소화하면, 세탁 노동자의 일터는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이를 막으려면 결국 세탁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해야 한다. 작업복 세탁소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예외 없이 작업복 세탁소 설치·운영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조례들은 세탁을 맡기는 노동자의 건강권만 언급한다. 수탁자의 의무 등 위탁 운영과 관련한 조건을 자세히 다룬 조례들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세탁 노동자의 안전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박씨 같은 노동자의 불안을 해소하려 작업복 세탁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불안까지 없애 줄 방안 역시 조례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작업복에 묻은 소량의 유해물질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거의 모든 산업재해는 사소해 보이는 ‘위험’을 경시하는 데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작업복 세탁소가 진정한 노동 복지의 공간이 되려면, 세탁소를 이용하는 노동자만큼 세탁 노동자의 건강권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복 세탁소는 아직 완공된 것이 아니다.
세탁 노동자 건강권 빠진 ‘작업장 세탁소’ 조례라니 [왜냐면]
김동수 | 르포작가·‘유령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 저자 2021년 경기일보와 인터뷰한 박진호(가명)씨는 안산 반월·시화산단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그는 곧장 세탁기 앞으로 갔다. 작업복에 묻은 쇳






